[르포] 수능 D-100일
고3교실·학원 가보니
책상엔 교재 탑처럼 쌓였고
졸음 이기려 선채로 공부
주말도 밤 늦도록 자율학습
집서 침구류 배달돼 오기도

▲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8일 대전둔원고 고3 수험생들이 조금 더 시원한 복도에서 성적향상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8일 오전 11시경, 10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충남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1일 앞둔 이날, 교실 안은 수험생들의 긴장감을 반영하듯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칠판 한편에는 대입설명회 일정과 정시 모집요강 등이 담긴 종이가 빼곡히 붙어있었고, 학생들의 책상에도 수능준비 교재가 탑처럼 쌓여있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교실 안에서 비어있는 책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방학기간 선택사항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에 3학년 학생 약 70%에 해당하는 300명 가량이 참여, 여느때처럼 수업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내달 진행되는 수능모의평가를 준비해야하는 데다 수시원서 접수까지 앞둔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석범 군은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생각하고 있는데 독서와 자기소개서 등 비교과영역까지 꼼꼼히 준비해야해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입준비를 가장 가까이서 지원하고 있는 교사들도 막중한 책임감에 고3 수험생과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곁에서 챙기려다보니 집에서 침구류가 배달돼 올 정도다. 이동규 3학년 부장교사는 “고3 담임은 학생들과 의사적 소통뿐아니라 물리적인 생활방식에서도 사제동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100일의 긴장감은 둔산동 학원가에서도 역력히 느껴졌다.

이날 오후 3시경 한 재수학원 강의실 안 수강생들은 적막감이 흐르는 속에서도, 막바지 점수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질라치면 뒷편에서 선 채로 수업을 들었고, 강의를 놓칠 새라 분주하게 펜을 움직였다.

수강생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수업에 열중했지만, 안 보이는 곳에 가서는 부담과 압박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습시간 여자화장실 안에서는 “이번에도 성적이 안 오르면 어떡하냐”는 울음섞인 목소리와 “그냥 성적에 맞춰 아무데나 갈까”라는 자조어린 푸념이 30여분간 흘러나왔다.

대학이라는 최종 관문으로 가는 길목에서 수험생들은 목표와 현실을 놓고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었고, 아랑곳없이 달력은 또 한장 넘어갔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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