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는 '자리돔'·새벽 5시 활동 가장 활발"
바다뱀 연구자 박대식 강원대 교수 인터뷰

▲ 넓은 띠 큰 바다뱀의 모습. [박대식 교수 제공]
▲ 넓은 띠 큰 바다뱀의 모습. [박대식 교수 제공]
▲ 넓은 띠 큰 바다뱀의 모습. [박대식 교수 제공]
▲ 넓은 띠 큰 바다뱀의 모습. [박대식 교수 제공]
▲ 박대식 강원대 교수.
▲ 박대식 강원대 교수.
코브라과 바다뱀 제주 생태 첫 규명…온난화 영향

"먹이는 '자리돔'·새벽 5시 활동 가장 활발"

바다뱀 연구자 박대식 강원대 교수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언뜻 장어같이 보이지만 비늘이 뿜는 광택이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머리와 꼬리가 방망이처럼 둥근 것도 장어와는 다르다. 연회색의 몸에는 갈색의 줄무늬가 있다. 국내에 사는 '넓은 띠 큰 바다뱀'의 모습이다.

박대식 강원대 교수팀은 지난해 8월 26일 박윤호 선장으로부터 이 바다뱀을 연구용으로 받았다. 뱀은 제주 강정포구 근처에서 잡혔다. 이때부터 박 교수는 바다뱀을 기르며 생태를 연구하고 있다. 제주와 남해안 인근에는 바다뱀을 봤다는 어민이 여럿 있지만, 바다뱀의 생태를 학계에 보고한 것은 박 교수팀이 처음이다.

박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다뱀은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사는데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한반도 해역에도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바다뱀은 코브라과에 속하는 맹독성 생물이라 물리면 죽을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오키나와 근처 등 바다뱀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서는 수영을 금지하는 내용을 게시한다.

국내에는 바다뱀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바다뱀이 몇 종이나 서식하는지도 전혀 모른다. 박 교수는 어민들의 말을 믿고 제주 바다에 통발을 설치하는 등 2014년부터 직접 포획에 나섰다. 부산, 경남 거제, 전남 고흥, 여수, 완도 등 남해안과 제주 서귀포항, 제주항 등에 바다뱀을 찾는다는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을 돌리며 제보를 기다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지난해 이맘때쯤 바다뱀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 교수는 "그 순간을 어찌 말하겠나"라며 바다뱀을 만난 순간의 소회를 전했다.

박 교수가 받은 '넓은 띠 큰 바다뱀' 역시 맹독을 가지고 있다. 다만 번식기를 제외하면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크지는 않다.

제주에서 강원대가 있는 춘천까지 바다뱀을 옮기는 일은 다행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박 교수는 "바다뱀은 육지로도 올라올 수 있는 종류라 습도와 온도만 잘 조절해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올라오는 동안 뱀이 그날 먹은 먹이를 게워냈다. 뱀의 토사물에서 나온 먹이 조각을 역추적해 어종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자리돔, 놀래기, 황놀래기였다. 이중 가장 큰 것은 자리돔으로 몸무게가 11.6g 정도고 전체 길이는 9.6cm, 너비는 2.9cm였다.

박 교수의 실험실엔 뱀의 보금자리가 마련됐다. 물을 채운 어린이용 풀에 벽돌과 자갈을 깔고 뱀이 숨을 수 있는 은신처도 마련해줬다. 77일간 지켜본 결과 바다뱀은 밤 9시에 활동을 시작해 새벽 5시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해가 뜨기 전후로 활동을 마쳤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관련 연구 결과는 올해 '한국양서·파충류학회지' 등에 발표했다.

박 교수는 "실험실에서 암컷 바다뱀 한 마리로 수행한 연구지만 바다뱀에 대한 행동연구는 국내 최초"라며 "국내 바다뱀의 포획과 기초생태조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바다뱀은 세계적으로도 70여 종만 확인된 특이 종"이라면서 "바다뱀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맹독성 생물인 만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으로 수행됐다. sun@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