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5만원미만 선물 확대
소고기등 육류세트 구성 못해
식당선 29900원 세트메뉴 출시

유통업계가 추석 이후 시행 예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겨냥해 맞춤형 선물세트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내달 28일부터 시행되지만 선물 상한선인 5만원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유통업계에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3일 유통업계와 외식업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급 식당가는 물론, 백화점 등지에서도 김영란법에 맞는 상품군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지역 A 소고깃집은 식사 상한선인 3만원에 맞춘 김영란 세트 메뉴를 따로 출시해 판매에 나선다. 미국산 소고기 300g과 소주(맥주) 2병, 식사를 포함해 2만 9900원에 판매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했다.

기존 선물세트 구성 중 5만원 미만 상품이 20%를 차지했던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는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최대 40%까지 늘릴 방침이다. 특히 인기가 많은 과일류 선물세트의 5만원대 비중을 5%에서 15%로 확대하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과일 선물세트는 과일 수를 줄여 선물 상한선을 맞추는 방식을 구상중이다. 사과 선물세트는 15개에서 12개로 줄이고, 배는 12개에서 9개, 멜론 4개에서 3개로 줄인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가격대가 낮아 상대적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산품과 소시지 선물세트의 비중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5만원 이하 와인세트와 건강선물세트를 비롯해 통조림, 햄 등 가공식품과 치약, 샴푸 등 생필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마련해 추석 선물세트 고객을 선점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소고기를 포함한 육류 선물세트에 대한 대책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고기 선물세트를 김영란법 가격대에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5만원 이하 선물구성을 못하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시기적으로 김영란법 시행과 무관하지만 가격 상한선 등 심리적 부담감을 무시할 수는 없어 맞춤형 상품을 준비했다”며 “올 추석에 구성한 선물세트 판매 추이가 내년 설 상품 구성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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