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아카데미극장 영업종료, 마지막날도 좌석 절반 비어

▲ 대전의 옛 영화관 '아카데미극장'이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홍서윤 기자
31일 오전 11시경 대전역 맞은편, 50여년의 세월을 뒤로한 채 대전아카데미극장의 엔딩크레딧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아날로그 시대가 끝나듯, 한때는 원도심 4대극장이라는 영광도 누렸지만 세월 속에 점차 빛이 바랬다.

1964년 대전아카데미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02년 9개관의 멀티플렉스관으로 재탄생한 대전MCV아카데미극장은 이날 폐관했다. 마지막 영업일이자 주말임에도 극장은 300석, 200석의 상영관마다 좌석이 절반 넘게 비었다.

시민들의 추억 속에만 남아버린 극장의 뒷모습은 어쩐지 다소 쓸쓸해 보이는 듯했다.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매표소, 상영관 앞, 건물 기둥 등 곳곳에서 관객들을 맞이한 것은 A4용지 크기의 ‘영업종료 안내’ 종이였다. 개관 때부터 극장을 지켰던 관리실장도 이날만큼은 옛 영사실이 아닌 1층 입구 앞 의자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마지막이라는 것에 태연함을 보이면서도, 관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려 출입문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카데미극장과 1960~1970년대 세월을 함께 했던 중앙극장, 대전극장, 시민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시민들은 아카데미극장에 “어떻게 보면 오래 버틴 것”이라면서도 서운한 속내를 감추지는 못했다. 조조영화 4000원, 일반 7000원. 이제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영화를 맛볼 수 있는 곳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들과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 조성섭(53) 씨는 “처음으로 영화를 본 곳이 아카데미극장”이라며 “자주 찾지 못해도 늘 그 자리에 있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잃게 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영화 '부산행'의 상영시간은 오후 5시35분, 종료는 7시33분. 추억을 실은 대전발 아카데미극장은 그렇게 종착역을 맞았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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