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위열 나사렛대 총장

최근 필자는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나사렛대학교를 대표해 중국의 세 개 대학교와 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앞으로 나사렛대학교와 이 대학들간에 교수·학생은 물론, 학술 및 정보들을 활발하게 서로 교환할 것이다. 우리 대학과 중국의 세 개 대학교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진행하는 강좌 개설과 상호 국가의 수화 교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재활 및 사회복지 분야 특성화 대학인 본대학교는 중국 대학에서 이 부분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교수들을 파견하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의 세 개 대학교를 방문하면서 총장을 비롯한 교수, 학생 등과 많은 면담을 하며 그들의 학교 운영과 교육 철학에 대해 듣게 됐다.

중국의 학생들은 거리에 관계 없이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교직원도 학생들과 함께 교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학교는 각종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작은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교수가 강의실에서 지식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삶을 함께 하며 살아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였다. 생활 속에서 마주쳐 가며 강의실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모범을 보이는 스승상이 지혜로워 보였다. 전인적 교육을 생활 속에서 실현하는 점이 구호만을 외치다 만 우리의 교육현실과 대비됐다. 국가 지정 중점 육성대학으로 규모가 큰 한 대학에는 많은 농아들이 재학하고 있었다. 그 대학교 총장은 교내외 여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일부러 농아들을 동행해 참석한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이 그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식사와 간식도 같이하며 각종 취미생활도 함께 한다고 한다. 그와 그 학교의 교수들은 수업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수업외 시간에 학생들을 위해 투자한다고 한다. 그들은 자주 개인적으로나 소그룹의 학생들과 연구하느라고 저녁 늦게까지 함께 하곤 한다고 한다.

이와 비교를 하자면, 한국 대학 교수들의 70%가 타 대학으로 출강을 한다고 한다. 출강을 하지 않는 교수들도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적다. 지방대학의 경우 교수들이 대부분 서울에 살면서 강의를 위해 일주일에 며칠 학교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소속돼 학생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연구에 몰두하기보단 프리랜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학생들은 교수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교수들이기에 만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쉽게 짐작되는 일이다.

물론 상아탑은 어떠한 통제와 규범보단 자율과 참여로 움직여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느슨한 연구와 가르침으로는 세계 유수의 대학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한국의 대학들은 대학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마다 경제적인 요인 등 외부적 환경을 탓하는 데 열중해 왔다. 대학인의 모든 것도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보다 못한 우리 대학들의 연구실적을 비롯한 경쟁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인 스스로의 경쟁력이 매우 낮기에 대학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하겠다.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기 인구수에 비해 정원이 넘쳐나 학생모집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혹자는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처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학들도 약 30년 전 우리 대학들과 똑같은 학생난으로 일대 홍역을 치른 일이 있다. 그 때 그들도 똑같은 불평 불만을 했지만 그들은 외국학생 유치와 시간제 등록생 발굴을 통해 극복했다.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대학들은 처절한 자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오늘의 미국 대학들이 경제력만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들은 생존과의 처절한 싸움 끝에 과학적인 연구 능력 및 학사관리, 행정적 효율성을 가져와 오늘의 명문대학들로 태어난 것이다. 사실 한국의 대학들이 그들과 똑같은 조건이라면 세계 교육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불평과 낮은 경쟁력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스스로의 개혁과 부단한 노력만이 학생들의 외면으로부터 대학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 주려고 어떻게 노력하고 있을까? 아니면 부정형으로 질문을 던지자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 주지 않고 지체하고 있을까? 대학의 국제 경쟁력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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