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섭 대전충남중소기업청장
[경제인칼럼]

최근 시범서비스 된 ‘포켓몬GO’라는 모바일 게임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포켓몬이라는 거대 콘텐츠와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기술이 접목된 게임이다. 스마트폰 외부카메라와 GPS기술이 상호 연동되어 실제 공간에 포켓몬캐릭터가 보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이 과연 신기술일까? 사실은 아니다. 이미 AR기술은 수년전부터 실용화가 완료됐고 우리 주변에서 성공적인 사례는 몇몇이 있었다. 그 예로 차량의 외부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이 결합해 실제 도로의 모습에 경로표시를 보여주는 내비게이션시스템은 시판 중에 있으며, 수년전에는 AR기술을 활용해 통신사 제휴서비스 등을 안내하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도 있었지만 이번 포켓몬GO 신드롬과 같은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포켓몬GO 신드롬의 원인은 무엇일까? 포켓몬이라는 콘텐츠의 짧지 않은 역사와 공감대가 첨단기술과 만나 선풍적 열기를 뿜어내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켓몬에 대해서 조금 알아봐야 한다. 포켓몬은 1995년 일본의 닌텐도에서 휴대용 게임 콘텐츠로 처음 제작된 후 이듬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됐다. 20년이 넘도록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번갈아 제작되면서 700개가 넘는 캐릭터를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로 성장했다. 과거 게임기 속에서 포켓몬을 사냥하던 아이들이 성장해 현실세계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상현실속 포켓몬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켓몬GO는 단기간에 한국형 포켓몬GO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전세계의 열성적 팬을 등에 업고 발전된 컴퓨터그래픽 기술과 융합해 새롭게 영화화 되었으며, 마블의 히어로 영화도 오랜 기간 만화를 통해 만들어진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돼 전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 등 콘텐츠 강국들은 이미 수십년에 걸친 투자와 지원, 관심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세계인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거대 콘텐츠를 창출했고, 첨단 기술과 접목을 통해 경제적 효과도 크게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전 세계적 신드롬이 생겨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관심이 그 쪽으로 쏠리다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즉흥적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미 ○○GO, △△GO 등 기본 철학과 공감대도 없는 아류작을 쏟아내려는 비정상적 열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는 단기간에 성장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이 단순히 청소년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게임을 게임중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만화를 어른들과 상관없는 문화로 치부하는 인식은 세계적인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고지식함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삶의 패턴 변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혁신을 거듭해야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던 제조업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 국가경제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시대다. 문화와 콘텐츠가 융합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전기 마련에 있어 포켓몬GO 신드롬이 또 한 번의 열풍으로 마감할지, 아니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어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 투자와 관심의 토대를 이룩하는 기회가 될지는 이제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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