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부가 어제 과천청사 4동에서 5동으로 이사를 완료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현행법대로라면 응당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미래부가 차일피일 시일을 끌며 과천청사에 잔류하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미래부가 이사비용과 각종 부대비용 등 막대한 혈세를 들여가면서까지 과천시에 잔류해야 할 뚜렷한 명분도 없다.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가 없다.

그럴 조짐이 처음 감지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과천청사 4동에 임시 배치돼 있던 미래부가 5동으로 이전하는 계획과 더불어 미래부가 과천에 잔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래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던 일반 국민의 법 감정으로는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 이를 '제2의 세종시 수정안'으로 간주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미래부의 과천 잔류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난감한 노릇이다.

단순히 방위사업청의 과천 이전으로 인한 과천청사 기관 간 재배치로만 볼 일이 아니다. 미래부의 과천 잔류를 선언한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부 의지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일련의 흐름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국민안전처 등 4개 기관의 세종시 이전계획을 고시하면서 미래부를 제외시킨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변칙적인 처사로 과천-세종시의 지역갈등은 물론 정책 불신의 대표 사례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시민사회단체가 즉각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규정하고 나섰다. 행복도시특별법상 세종시 이전 예외부처로 명시된 6개 부처가 아닌 이상 미래부는 당연히 세종시로 이전하는 게 맞다. 미래부가 2013년 3월 출범이후 지금까지 이전을 위한 상세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는 배경을 여러모로 의심할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날 '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로 세종시의 자족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래부 세종시 이전 논란이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혼선을 주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미봉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책의 기본은 바로 '예측 가능성'이다. 수도권 과밀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그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세종시를 건설해야 할 국가적 책무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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