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수 청주시 환경관리본부장
[화요글밭]

청주에는 시가지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하천인 무심천이 있다. 길이 34.50㎞, 유역면적 197.32㎢이다. 상당구 낭성면 남부 산지에서 발원해 시가지 중심부를 지나 미호천에 합류한다. 우암동 흥덕대교 인근에서 태어난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무심천이 주요 놀이터였다. 어린 시절인 1960년대에는 오염되지 않아 물고기가 많았으며 하천둔치의 수풀은 새들의 보금자리였다. 여름에는 친구들과 멱 감으며 물고기를 잡고, 겨울에는 썰매타기, 팽이치기, 눈싸움을 했다.

1980년대 초부터 불어온 개발바람으로 청주의 도시 규모는 급속히 팽창했다. 예전의 논·밭·야산에는 상가, 주택가 아파트 공장 등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무심천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인해 심하게 오염돼 몸살을 앓게 됐다. 예전의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 대신 검은 색의 부유물이나 기름띠가 흘러가고 바닥에는 각종 쓰레기가 뒤덮이는 등 오염물질로 찌들었다. 심지어는 시민들에게 '똥물'이라는 인식과 함께 외면 받았다. 그 많던 모래무지, 치리, 피라미는 사라지고 3급수에서도 산다는 붕어조차 살기 힘든 폐하천으로 변해버렸다.

2000년도 하수차집관로 준공과 녹지를 복원하고 식생호안, 여울, 어도를 조성하는 자연형 환경정화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하천 내 수풀 및 오염도 조사에서 1등급을 받아 물고기가 돌아오고 이를 따라 백로 등 새들이 유유히 비행하는 등 시민들이 다시 찾는 생태하천으로 거듭 태어났다. 수달이 서식한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도 있다. 무심천이 환경오염이라는 병마와 싸우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20여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우리 생활에서 '환경'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환경은 사람을 비롯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의 주위를 둘러싸고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좁은 의미로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공기, 물, 토양, 식물, 동물과 자연현상인 바람, 구름, 비도 자연환경이라 한다.

미국 출신의 음악가이자 풍자작가인 톰 레흐러는 '환경오염의 노래'에서 '물을 마시지 말라, 공기를 호흡하지 말라'라고 해 공해의 심각성을 풍자했다. 케네스 볼링이라는 경제학자가 1966년에 쓴 '다가오는 우주선 지구호의 경제학'에서 '예부터 인간 활동의 특징이었던 서식처의 오염은 이제 국지적 규모에서 전 세계의 사회적 규모로 확장해가고 있다'고 했다. 그 후 습지와 물새서식지 보호를 위한 람사협약을 시작으로 폐기물의 해양 투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런던협약, 리우환경협약, 바젤협약, 몬트리올의정서, 비엔나협약, 쿄토의정서 등 많은 환경관련 협약이 이뤄졌다. 이것은 하나뿐인 지구를 환경오염으로부터 구하려는 노력이다.

청주시에서는 환경보전계획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청주시의 미래상을 '생태도시, 시민도시, 청정도시, 건강안전도시, 순환도시'로 정하고 미래상 구현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도심 녹화사업,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에너지절약마을 만들기, 대기환경모니터링 고도화, 대기환경개선사업, 무심천자연공원화 사업, 하천수질관리 종합망 설치 운영, 하수처리시설 개선 및 확대,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정책 강화와 시민 참여를 위한 아이도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자연보전 및 생태교육을 에코컴플렉스를 통해 효율성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환자의 현재 상태로부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견할 수 있는 자만이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인간의 편리함으로 훼손되는 환경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자각할 때 이를 보전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본다. 무심천이 시민의 사랑을 받는 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것과 같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환경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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