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마지막 옛영화관 동화극장, 7년전부터 CD트는 상영관으로, 손님 줄었지만 밤늦게까지 영업

▲ 마지막 남은 대전의 옛 영화관 '동화극장'의 외관. 홍서윤 기자
22일 오후 4시20분경 인동시장 뚝방근처에는 대전에 마지막 남은 옛 영화관 ‘동화극장’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극장 입구에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듯한 빛바랜 옛 간판 위 아래로 새 간판 두개가 더 들어서 있었다.

운영을 알리는 ‘상영중’ 안내판도 미처 못 본 사람이 있을까 건물 내외부에 5개 가량 붙어있었다.

이달말 대전아카데미극장을 마지막으로 대전 원도심의 4대극장이자 개봉관이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 이때, 동화극장은 마치 그 어느때보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듯 했다. 극장 곳곳에서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건물 통째로 자리했던 영화관은 이제 2층 한곳으로 밀려났고 그 아래 상가와 식당, 주방제품전문점 등이 빽빽이 자리했다.

2층 상영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인의 출퇴근용으로 보이는 낡은 자전거를 지나서 가파르고 좁은 나선형계단 30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그곳에는 매표소를 지키던, 영사기를 돌리던, 관객들의 표를 걷었던 최소 6~7여명의 직원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백발이 된 주인 혼자만이 남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극장은 과거 개봉관에서 필름을 받아 상영했던 것에서 7년여전부터 CD를 틀어주는 성인영화전문상영관으로 바뀌었다.

필름이 사라진 자리를 CD가 대신하면서 영사실은 이제 휴게실이자 동네 할아버지들의 사랑방이 됐다.

휴게실에는 쓸만하다 싶으면 무엇이든 간에 잘 주워오는 주인의 성격 탓에 시계도 의자도, 달력도 종류별로 십여개씩 자리하고 있었다.

긴 세월동안 낡은 극장을 지키는 주인 심종순(82) 씨는 “그냥 세월에 등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아침밥만 먹으면 출근하고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맞기 위해 밤 늦게까지 극장을 지키는 게 일상이지만, 요즘은 바둑두러 오는 옛 친구들의 발걸음도 뜸해지면서 주인은 부쩍 더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대전의 마지막 옛 영화관 ‘동화극장’의 불은 오후 5시30분경 막걸리를 먹자는 친구의 부름에 다른 때보다 일찍 꺼졌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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