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철도박물관 공모철회 논란
11개 지자체 수개월 유치전, 충청권, 도시계획변경까지

국토교통부가 국립철도박물관 공모사업을 돌연 취소하고 지정방식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수개월 동안 공모를 위해 행정력은 물론 예산까지 동원하면서 공을 들였던 지자체들 입장에서 국토부의 ‘지정 변경 통보’는 정부 기관의 ‘갑질’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토부가 일부 지역에 유리한 ‘팁’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도중 제대로 된 해명 없이 긴급 결정을 내린 만큼 공모사업을 포함한 정부 불신도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철도박물관은 2014년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기본구상 용역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초 후보지 수요조사를 벌여 최종 11개 자치단체의 유치 의향서를 받았다. 유치전에 뛰어든 자치단체들은 각자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지역의 강점을 높이기에 열을 올렸다. 사업성이 뛰어나거나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대부분 정부 공모사업도 지자체간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영남이나 호남권보다 비교적 정치기반 세력이 약한 충청권 등은 공모사업이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행정력을 더욱 집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토부가 공모사업 취소 이유로 내세운 과열경쟁으로 인한 지역 간 갈등 초래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모사업 중단으로 충청권 자치단체들은 과도한 행정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대전을 비롯한 충북 청주, 세종 등 자치단체들은 국토부의 7월 현장실사 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역민 서명은 물론 막대한 부지매입비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도시계획 변경 등 전략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이번 공모방식 철회 결정이 누구보다 허망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공모방식이 아닌 지정방식은 결국 정치권의 싸움으로 번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들이 영남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처럼 정치적 역량으로 후보지가 결정될 경우 충청권은 소외받기 쉽다.

국토부가 경기 의왕시에 리모델링 ‘팁’을 줬다는 의혹도 이 같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발생한 김해신공항 논란처럼 정부 트렌드가 마치 신규가 아닌 리모델링 방향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 조 모(40) 씨는 “전국 11개 자치단체 지역민들이 갈망하고 있는 공모사업을 하루아침에 취소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대표적 ‘갑질’이 아니겠냐”며 “그동안 예산을 차별 없이 배분하고 사업을 시행했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 아니냐. 지정방식으로 결정했다면 최종 결정에 절대로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 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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