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서 신선함 어필 안 돼…저와 작가 능력 부족 탓"

4월 30일 방송을 시작한 MBC TV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사극 '옥중화'는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다. 사극 명장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가 뭉쳤고, 주요한 배경인 전옥서(조선시대 죄수를 관리하던 곳) 세트를 만드는 데만도 30억 원이 들었을 정도로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됐다.

절반 가까이 달려온 '옥중화' 성적은 이러한 기대에 영 못 미치는 수준이다. 17.3%로 시작한 드라마 시청률은 계속 18∼19%대를 맴돈다. 온라인 화제성도 다른 경쟁작들에 밀린다.

21일 만난 이 PD도 "전반전은 연출자로서 애당초 기획했던 것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일산MBC드림센터에서는 '옥중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PD는 여주인공 옥녀(진세연 분)가 나고 자란 전옥서라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이 시청자에게 크게 먹혀들 것이라 예상했다.

"시청자 마음을 읽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준비했어요. 그런데 새롭게 준비한 부분을 시청자는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전옥서라는 매우 신선한 소재를 내세웠는데 생각만큼 신선하게 어필되지 못했습니다."

체탐인(첩보원)으로 잠깐 변신했던 옥녀의 액션에 대한 반응도 이 PD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이 PD는 "옥녀가 멋있다는 찬사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찬사가 별로 없어서 놀랐고, 시청률도 오히려 하락해서 고민했다"면서 "계산착오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많이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PD는 이야기 끝에 "중국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종종 오는데, '한국 시청자 마음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데 역사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한국 시청자 분석) 이것만으로도 벅차다'고 거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정왕후와 윤원형, 정난정 등 악역들의 악랄함이 뚜렷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일부는 특히 정준호가 연기하는 윤원형에게서 우리가 익히 알던 무자비한 권신보다는 한량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병훈 PD는 "생각 없는 악인 캐릭터가 드라마 성과(시청률)도 높이는 경우를 자주 봐서 저도 그런 악인을 그려야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제가 단순한 악인을 체질적으로 싫어해서 그게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정준호는 "그동안 윤원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으로 그려졌는데, 저는 그렇게 정형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의 또 다른 면을 개성 있게 보여줘서 신선함을 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전옥서 이야기가 별 볼 일 없었다고 하면 저와 작가가 더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한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자책한 이 PD는 후반전을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직 절반이 채 안 지난데다 드라마라는 게 후반부에 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기본 줄기를 따라가고 웃음과 즐거움, 감동이라는 기본 원칙을 잘 갖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시청자의 호응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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