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고개를 떨궜다.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사과했다. '넥슨 공짜 주식' 의혹으로 구속된 진경준 사건과 관련, “국민을 상대로 여러 번 거짓말한 점에 대해서는 허탈을 넘어 수치심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장관과 총장이 그럴진대, 일반 국민들은 이떨까? 검사장의 신분이 아니었다면 넥슨에서 그 많은 돈을 선뜻 주지도 않았을 테고, 그 돈으로 단박에 126억 원의 시세차익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이 따로 없다. 이제 와서 “기업 수사나 주식 정보 관련 업무를 맡은 검찰 공무원의 주식 투자를 금지해 직위를 남용한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니 하는 말이다.

검찰 조직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피의자와 뇌물성 성관계를 가진 전재몽 전 검사,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에 연루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를 위해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전승철 전 검사 등 성추문도 잇따랐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길거리 음란행위로 옷을 벗더니,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법조 비리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들”이라고 말한 교육부의 정신 나간 고위 관료의 묘사처럼, 죽어라 일만 해도 그들처럼 그 흔한 외유 한번 제대로 떠나지 못하는 국민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는 민초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확천금을 거머쥐고 있는데, 누구는 수십 년을 뼈 빠지게 일해도 제 집 장만하기 버거운 세상에서 도대체 어디에서 ‘꿈’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권력을 등에 업으면 그런 엄청난 돈을 떡 주무르듯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칫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국민들이 있지 않을까 암담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썩어 있었다는 얘기도 틀린 게 아닌듯 싶다. 작금의 사태는 그런 점에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근담(菜根譚)에 이르기를 ‘밭에 난 잡초는 내버려 두면 곡식을 해치지만, 서둘러 뽑으면 곡식이 잘 자라고 거름으로도 쓰인다”고 했다. 차제에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 도덕 불감증과 해이한 공직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특임검사팀이 진경준 검사장의 재산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키로 했지만, 일벌백계는 물론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 특유의 패거리 문화를 빗댄 ‘초록이 동색’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오늘 우리가 이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미래도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4만 달러가 돼도 개·돼지(민중)보다 못한 이들이 판치는 한, 우리는 늘 삼류국가 국민일 수밖에 없다.

두어라 못된 버릇을 초장에 고치지 못하면 더 큰 화가 닥치게 된다. 공직사회가 앞장서 삿된 것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허위에서 벗어나 실다움의 자기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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