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진 K-water 수질연구센터장
[시론]

한여름이다. 무더위의 송곳 같은 레프트 잽에 비의 강력한 라이트 훅이 겹쳐 정신 차리고 사는 일이 도무지 만만찮다. 그저 생각나는 건 '물'이다. 얼음장처럼 시원한 한 잔의 물!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바다나 계곡에서 각종 수상스포츠를 즐기며 여름휴가를 보냈으면 싶어 괜히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물 축제'도 생각난다. 장흥, 강진, 광주, 대구, 대전, 광화문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물 축제를 떠올리면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물 없는 여름'은 상상조차 어렵다. 더위를 없애는 첩경이 열을 식히는 것이고, 열을 식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물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강조,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는 주로 정신적 측면을 강조하거나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일이 많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냉기와 한기로 열을 쫓는 '以冷治熱, 以寒治熱'을 활용한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접근이 옳은가 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여름을 보다 건강하게 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위는 땀을 부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많은 땀을 흘리게 되면 인체 수분함량에 변화가 온다. 몸 속 수분함량의 변화는 인간의 생명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사병에 노출되기 쉽고 탈수증세가 나타난다.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해 주어야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피로감을 덜 수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충분한 양의 수분섭취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나 물을 마셔야할까?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은 1.5~2ℓ(성인)로 200㎖ 기준 8~10잔 가량이다. 자기 몸무게에 30~33㎖를 곱한 양을 마시면 된다. 물을 단숨에 많이 마시는 건 좋지 않다. 장기에 부담을 주고 체내전해질을 희석해 염분부족으로 인한 이상 현상을 부를 수 있다. 갈증을 느끼는 것은 이미 가벼운 탈수 상태를 겪고 있다는 신호다. 시간 당 한 잔 정도로 꾸준히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을 자주,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해서 아무 물이나 마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기온이 높고 습기 또한 많은 여름철에는 마시는 물에도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여름에는 수백 마리의 세균이 증식하는 데 불과 4~5시간 밖에 안 걸린다. 페트병에 든 물을 상온에서 오랜 시간 방치하거나 물병에 입을 대고 마시면 물이 오염될 수 있다. 이런 걱정을 말끔히 해소하고 가장 안전한 물을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 손쉬운 방법은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다. 수돗물에는 일정농도의 염소(鹽素)가 들어있어 세균성장을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막연한 불안감이나 소독 냄새 등으로 수돗물 음용을 꺼리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 수돗물을 보다 맛있고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아래 방법을 권한다. 첫째, 전날 밤에 받아두었다가 마신다. 수돗물을 반나절 정도 받아 두면 특유의 냄새가 말끔히 날아간다. 둘째, 10℃ 내외로 냉장 보관하여 마신다. 물은 체온 부근 온도에서 가장 맛이 없다. 10~15℃로 유지하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유리그릇이나 사기그릇에 보관해서 마신다. 금속용기는 산화 때문에 물이 빨리 상하지만 유리나 사기그릇에서는 사흘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넷째, 끓이거나 차를 우려 마신다. 수돗물을 끓이면 냄새가 완전히 제거된다. 차를 넣어 끓여 마시면 미네랄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다섯째, 레몬 한 조각을 넣어서 마신다. 향이 상쾌하고 비타민 C가 들어있어 여름에는 더욱 좋다.

내과의사인 지인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여름에 내과병원을 찾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잘못된 물 섭취'라고 한다. 무심코 마시는 물이지만, 심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물을 찾을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늘 옆에 있는 물이지만 스스로의 건강과 가치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관심과 주의로 이 여름을 한층 건강하게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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