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지중·고 천막수업 현장
재단측 조기방학·학교봉쇄에
200여 만학도들 천막서 수업
파행 7개월째… 해결은 요원

▲ 예지중·고 재단이 출입문을 봉쇄한 탓에 만학도들은 천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홍서윤 기자
“고생해서 아이들 다 대학 보내놓고 나이 70에 다시 배우겠다고 왔는데 어쩌면 이럴 수 있나요?”

20일 오전 9시경, 대전·충남 유일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인 대전예지중·고등학교 건물 뒤편 주차장에는 속속들이 간이천막이 세워졌다. 재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학교재단이 별다른 협의 없이 조기방학을 시행한 데다 학교 출입문까지 걸어 잠근 탓이다. 학교 건물과 천막 간의 사이는 불과 다섯걸음 남짓이지만 교실을 잃어버린 만학도들은 아스팔트 위에 돗자리를 펼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수십년만에 다시 학교를 찾은 만학도들은 또 다시 굳게 닫혀버린 문에 설움을 터뜨렸다.

그러나 뜨거운 날씨도, 어려운 환경도 만학도들의 학업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하며 폭염주의보까지 내렸지만 평균 40∼60대 연령층의 만학도 200여명은 한시도 천막을 벗어나지 않았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려 천막을 수시로 옮기거나 양산을 쓰면서도 오히려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더울세라 연신 부채질을 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벌써 7개월이 넘는 기간 학사 파행을 겪으며 학생들은 다소 예민하고 지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만학도는 “제발 우리 학교를 살려달라”며 “비리재단 이사진을 모두 퇴진시키고 마음 편히 공부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사태에 교사들의 얼굴에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이달부터 시교육청이 재단에 주는 보조금을 끊으면서 당장 월급을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수업을 듣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찾아오는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내내 천막을 지켰다.

한 교사는 “만학도들에게 꿈까지 접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며 “어떻게든 학사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학도와 교사들의 이같은 외침에도 예지재단 측은 “사태를 주동한 관련자들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하고 있어 갈등은 점차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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