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무역협회대전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열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일 미국 등 한정된 몇몇 국가에서만 정식 출시됐지만,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가장 긴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스마트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AR기술에 대중적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포겟몬 캐릭터를 조합한 이 게임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속초 일대에서 게임이 가능한 것이 알려지면서 속초와 인근 지역은 몰려드는 게이머들로 인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포켓몬 고가 게임의 룰을 바꿨다’면서 탄탄한 게임 기술, 구글 맵을 기반으로 한 구글과의 융합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켜세우고 있기도 하다. 특히, 기존의 디지털 게임이 집이나 사무실 또는 출퇴근 지하철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 실행된 것과 비교해 게임 애호가들을 자연공간으로 끌어냈다며 미래형 게임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컨텐츠의 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 ‘구글’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콘솔 게임기 업체였던 닌텐도는 스마트폰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쇠락의 길을 걸었고 게임과 캐릭터들도 잊혀가는 듯했다. 이런 닌텐도가 부활에 성공한 것은 최첨단 기술인 가상현실과 결합하는 길을 찾았다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20년 이상 사랑받아온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펼쳐온 스토리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콘텐츠야말로 모든 문화산업의 성공 원천인 것이다.

한편 포켓몬 고의 성공은 구글, 페이스북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사업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특히 포켓몬 고의 인기가 더해질수록 게임을 즐기는 개인 사용자들의 정보를 자연스레 모아가고, 해당 정보를 가공, 활용하는 형식으로 또 다른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구글이 포켓몬 고가 가져다 줄 천문학적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다.

반면 한때 ‘게임 강국’을 자처하던 우리나라의 현실은 초라하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게임업체의 규모가 영세하며 단기적인 이익에만 몰두하여 증강현실(A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차원의 게임 개발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긴 시야를 가지고 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광속의 기술 발전 시대에 ‘패스트 팔로어(추격자)’를 위한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으로 수출제조업의 설자리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이 때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컨텐츠, ICT융복합, 서비스산업을 육성하여 대한민국의 경제의 활력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알파Go’, ‘포켓몬Go’에 이어 다음은 어떤 ‘Go’가 나올 지 궁금하다. Go의 다음 주역은 우리나라의 게임업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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