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서류상 소재파악만 그쳐
개인정보취급 등 법적 근거없어
경찰 공조없인 불가능 반쪽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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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청. 네이버 지도 캡처
최근 청주시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2급 지적장애인 고모(47) 씨가 19년 동안 강제노역한 사건과 관련해 앞서 청주시가 실시한 장애인 전수조사의 허점이 드러났다. 청주시의 전수조사는 서류상 소재파악에만 그칠 뿐 실질적인 전수조사라고 보기 어렵고,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기관과 경찰 사이의 공조가 불가능한 ‘반쪽짜리 조사’였음이 여실히 나타났다.

앞서, 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월 30일부터 한달간 장애인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 세부지침에 따르면 행방이 묘연한 장애인이 발견될 경우 행정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시는 1차 전수조사가 끝난 5월 경 신원미상의 장애인이 40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를 곧바로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찰의 수사에서 고 씨의 강제노역 사건이 밝혀지면서 청주시의 전수조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백명에 이르는 소재 미상자를 모두 수사 의뢰해 경찰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재조사를 통해 행방불명자를 추려내려고 했다”며 “전수조사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재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수조사에는 법률·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전수조사에서 등록된 장애인들의 소재 파악에만 그쳤을 뿐, 실제 거주하는 장애인에 대한 신원조사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역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현실적 파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는 전수조사를 통해 청주시 오송읍에 주소를 둔 고 씨가 ‘행방불명’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바로 옆 마을 오창읍에 사는 신원불상의 지적장애인이 바로 고 씨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더구나 시는 경찰과 공조가 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를 또 다시 드러냈다. 행방불명자와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는 탐문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과의 공조가 필수적인데도 사실상 이를 방치한 셈이 됐다. 하지만 시는 조사대상인 장애인들의 개인정보를 타 기관에 넘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가 실시하는 전수조사는 법적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대상자의 개인정보를 타 기관에 함부로 넘길 수 없다”며 “이는 지난 3월 발생한 ‘청주 4살 여아 암매장 사건’에서도 똑같이 드러난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특성상 관련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 한 공무원이 법적 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타 기관에 공조를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함문수 기자 hm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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