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식당업주 1만여명
1년새 1100여명 가게 접어
“이정도로 최악인적 없었다”

▲ 12일 한 시민이 상가매물이 다수 게시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지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김영란법 입법예고와 관련, 다수의 식당들이 가게를 내놓거나 업종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땡볕이 내려쬐는 12일 정오 대전 내 원도심인 중구 대흥동의 골목길. 한창 점심 손님들이 들이닥쳐야 할 시간이지만 길목의 식당들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썰렁함이 느껴졌다.

일부 식당에서는 손님의 모습이 간간이 보였지만, 일대 상당수 식당에서는 그릇에 수저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텅 빈 식당 곳곳에서는 일손을 놓은 업주들이 하릴 없이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10년째 일식집을 운영하는 A(61) 씨는 “요즘 같아선 도저히 힘들어서 장사하기가 어렵다”며 하소연했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평일 점심에 30팀을 받았지만 근래에는 10팀을 받으면 ‘장사가 잘 된 날’이라고 할 정도다. A 씨는 “몇 해 전부터 인근의 식당들이 하나 둘 씩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문을 연 곳을 보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근에는 문이 굳게 닫힌 식당들이 수두룩 했다.

B(45) 씨가 운영하던 식당도 그 중 하나다. 닫힌 문 한 켠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이 닿은 B 씨는 기자의 질문에 한 숨부터 내쉬었다. 지난 4년간 적자를 무릅쓰고 가게를 지켜왔는데,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단다. B 씨는 “항상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이정도로 최악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며 “일부 식당을 제외하면 대부분 출혈 운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신도심으로 여겨지는 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55) 씨 역시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회원 식당업주는 모두 1만 4639명으로, 이 중 약 1100여명이 1년 사이 가게를 접었다. 이처럼 가게 운영을 버거워 하는 곳은 비단 요식업소 업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의 자영업자 사업주는 10만 2500여명. 이 중 적지 않은 사업주들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을뿐, 당장이라도 폐업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수 년간 계속되며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경기와 이 때문에 위축된 소비심리가 독이 됐다. 대전에서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D(43) 씨는 “죽어라 노력하고 일했지만, 언제부턴가 나에게 ‘죽어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정부 등에서 서민들의 고충을 알아주지 않는 것만 같아 서럽기만하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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