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lead&leader] 최창덕 화학분야 산업현장교수
30여년 근속 후 ‘마스터’ 퇴직
올해 中企 3곳서 기술 컨설팅
오리컴 생산과정서 불량률 ↓
대전 산업현장교수단 회장맡아

▲ 한국타이어에 33년간 몸 담은 후 대전의 산업현장교수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최창덕 교수. 최 교수는 지역 기업들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자신이 속한 곳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으로 산업계를 지켜온 최창덕 화학분야 산업현장교수(60·사진). 33년간 한국타이어에 몸 담으며 ‘정련공정’을 수호신처럼 지킨 그는 현재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비록 기술현장의 주연 자리는 후배들에게 넘겨줬지만 해박한 화학지식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다.

최 교수의 빛나는 기술 인생은 1980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입사 전까지 울산에서 합기도 체육관을 운영했지만 텃세를 이기지 못하고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게차 운전직으로 입사했지만 성실함을 인정받아 타이어를 생산하는 정련공정(타이어 생산 기초공정) 관리반장까지 오르게 됐다. “감사하게도 회사가 저를 좋게 봐줘서 중책을 맡게됐죠. 기분은 좋았지만 화학지식이 많지 않아 큰일 났다 싶기도 했습니다(웃음).”

타이어 정련공정은 제품원료의 배합을 위해 40여개 약품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했다. ‘늦깎이’로 업무를 시작한 최 교수에게 한편으론 고생길(?)이기도 했다. 그는 “힘든것이 사실이었지만 회사가 베풀어준 기회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당시 퇴근 후에 3시간 이상 화학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최 교수가 속한 업무조는 정부로부터 ‘전국 분임조 경진대회 금상(2007년)’을 수상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고 회사에서도 더욱 인정받게 됐다. 1994년에는 당시 한국타이어 내 4번째로 품질명장의 반열에 올았고 2000년에는 ‘신지식인’ 인증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상이 40여개에 달한다.

30여년의 근속 후 2013년 현장 근로자 중 최고위 직급인 ‘마스터’로 퇴직한 그에게 산업현장교수는 새로운 기회였다. “숙련기술인들의 지식을 필요로하는 후배들이 곳곳에 많았어요. 현장에서는 제 일은 끝났지만 업무지식은 공익을 위해 전달해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대전본부의 지원 아래 올해에만 3곳의 중소기업에서 현장 기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생산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강소기업 ㈜오리컴(대표 김종철)을 비롯해 창마을·동광아연·한국이연테크 등 충청권 기업들이 그의 도움으로 생산성을 높였다. 특히 오리컴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던 이물질 혼입을 최 교수의 조언으로 방지했고 불량률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여러 성과들을 통해 최 교수는 현재 산업현장교수단 대전본부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대전의 산업현장교수단은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찾아올만큼 서로 간의 정보공유와 협력이 잘 이뤄지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30여년의 숙련기술인으로, 그리고 지금은 산업현장교수로 살아가는 그는 ‘주변의 큰 도움을 받아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겸손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화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한국타이어와 컨설팅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오리컴 등 각 지역 기업들이 있어 지금은 후배 기술인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대전의 56명 산업현장교수들은 기업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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