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경제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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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해 전인가 서울 도심에서 연말 동창회 모임이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분당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생각에 마음이 다급한 나와는 달리 동창생 지봉이 녀석은 느긋하게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녀석의 집은 송파 석촌호수 주변으로 분당이 집인 나와는 도긴개긴 인지라 그 알 수 없는 여유로움에 의문이 생겨 물어봤더니, 대답인즉슨 단돈 1850원이면 집에 갈 수 있는 ‘올빼미버스’라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날 심야 총알택시의 불편과 불안 그리고 엿장수요금에 시달리면서 진심으로 서울특별시민인 지봉이를 부러워했다. 서울시의 심야버스를 지칭하는 ‘올빼미 버스’는 빅데이터 활용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심야에 사용한 휴대폰 콜 데이터 30억 건과 심야 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 건, 그리고 시간, 요일별 유동인구 패턴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노선과 배차 간격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맞는 버스 노선과 시간을 조정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데이터가 생성·축적되고 있다. 사이트 방문기록, 금융거래 내역, 교육, 학습, 여가활동 내역 등은 현대인의 다양한 행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특히 공공부문의 빅데이터는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구체화돼 공공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현 정부는 공공정보를 개방·공유해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3.0을 강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DB를 활용한 보조금 집행 정상화 및 스마트농정 추진 계획’에 따라 농관원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농업관련 빅데이터를 농정현장에 활용해 괄목할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농관원에서는 160만 농업경영체 정보, 공공비축 벼·수입농산물 등 농산물 검사 정보, 친환경·GAP 등 7종의 국가인증 정보, 잔류농약·중금속 등 유해물질 분석 정보, 농산물 원산지·양곡 표시 등 유통관리 정보 등 방대한 양의 농업관련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농업경영체 DB는 농촌의 개방화와 고령화, 농업의 6차 산업화 확산, 귀농 귀촌 증가 등 농가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농정의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통관·유통·단속정보 등 다양한 자료분석을 통해 농산물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공간 빅데이터를 활용해 직불금 부정수령을 차단하고 있으며, 농업경영체 DB를 바탕으로 안전성조사의 과학화·체계화를 앞당기고 있다.


오늘 저녁에도 술 한 잔 걸친 지봉이는 올빼미버스로 귀가하며 나를 비웃겠지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스마트농정 구현이라는 나의 포부를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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