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장마.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기상현상이다. 장마의 근본 원인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쪽으로, 북쪽의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압이나 대륙성 고기압은 남쪽으로 각각 세력을 확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남북의 공기 덩어리(氣團)들이 서로 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동서로 전선(前線)이 형성된다. 이른바 장마 전선은 한 달여 동안 서로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세력을 과시한다. 이 때 비가 내린다. 집중폭우가 내리는 것은 이 전선이 장시간 멈춰있기 때문이다.

장마는 국어사전에 보면 한자어 표기가 없다. 순수 우리말이다. 어느 학자가 '산스크리트어'에서 장마가 유래됐다고 주장해 흥미를 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외국어 사대주의가 아닐까. 그러니 더 이상 유래를 따지지 말자. 한자어가 75%나 되는 우리글의 특성상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우리글이다. 특히 장마를 뜻하는 중국의 단어, 메이위(梅雨)와 표기가 다른 것 또한 장마만큼은 중국어의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 글자를 그대로 사용, 장마를 바이우(梅雨)라고 한다. 발음은 서로 다르지만 글자는 같다. 같은 한자문화권이지만 비가 지속적으로 오는 기상현상에 대해서만은 유독 우리만 다른 셈이다.

'장마가 길어지면 보은 큰애기들 창문 열고 눈물 흘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대추 꽃이 떨어지면 청산, 보은 색시 시집 못 가 눈물 난다'는 옛 노래도 있다. 보은은 충북 남부, 청산은 보은과 인접한 옥천지역이다. 이 지역은 예부터 대추가 유명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대추를 팔아 자녀들 혼수비용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추 꽃이 필 때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가 길어지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대추 풍년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만큼 소득이 줄어든다. 결국 혼수비용 마련이 어려워 시집가기 어려우니 시집갈 처녀들이 슬프지 않겠는가.

중국이 장마를 메이위(梅雨)라 한 것은 매화 열매(梅實)가 여물 무렵에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대추 꽃이 필 때 장마가 시작되니 굳이 한자어로 바꾼다면 조우(棗雨)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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