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확신 없었다…'날다람쥐 포옹신' 찍으며 망했다 생각"

▲ 사진=E&J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진=E&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라는 한마디 대사로 기억됐던 에릭(37)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룹 신화로 데뷔해 2004년 MBC TV '불새'로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다졌던 에릭에게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열정을 되찾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에릭은 "'또 오해영'은 제 인생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는 '불새'의 서정민은 제가 깊이 공감하지 못했고 그래서 연기력 논란도 있었던 캐릭터"라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에는 제가 주인공으로서 사고 없이 좋은 분위기에서, 찍는 저희도 보는 시청자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불새'를 뛰어넘는 작품"이라고 했다.

에릭은 '또 오해영'에서 결혼식 당일 사라져버린 전 여자친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오해영(서현진 분)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는 박도경 역을 맡았다.

갑자기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기고 자기 죽음을 반복적으로 목격하는 박도경에게 오해영은 혼란을 일으키는 장본인이자 혼란을 푸는 열쇠였다.

오해영은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트라우마에 갇힌 박도경을 현실로 끌어냈다.

에릭은 함께 호흡을 맞춘 서현진에 대해 "까딱 잘못하면 비호감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본인의 매력으로 살렸다"며 "초반 2~3회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전 출연자와 스태프가 '우리는 '보물 같은 배우' 현진이만 보필하며 가면 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제가 이끄는 장면은 기존의 로맨스 드라마와 다르지 않았지만 서현진이 이끄는 장면은 신선했고 와 닿았다"고 말하는 에릭의 모습에서 극 중 도경이 해영을 아끼는 것처럼 서현진을 아끼는 그의 마음이 드러났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모를 때부터 저도 도경이가 살았으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해영이는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쉬지 않고 울었는데 도경이가 죽으면 또 얼마나 울겠어요. 마지막에 모두가 웃으며 끝나서 정말 좋았어요."

2%대 시청률로 출발해 최종회 10%를 돌파하며 케이블채널 월화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또 오해영'이지만 에릭은 의외로 이 드라마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고 했다.

남녀 주인공이 옆방에 산다거나 미래를 본다거나, 동명이인이라는 설정 등 여러 가지 흥미 요소가 자칫 산만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잘하면 잘 될 수도 있겠다'가 시놉시스를 받아든 그의 느낌이었다고.

에릭은 "그런데 해영이네 가족 이야기가 너무 좋고 주변 인물 중 누구도 허투루 다뤄지지 않는 내용이 좋더라. 우리 부모님이 봐도 재미있어하시겠다는 생각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가 '또 오해영'이 자칫 사고를 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4회 '날다람쥐 포옹'신을 보고 난 뒤였다.

"촬영하면서는 사실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와이어가 투입돼서 리허설도 없이 오후 7시부터 동틀 때까지 그 한 장면을 찍는데 화면이 그저 그런 거에요. 방송 날도 촬영 대기하다가 소리 없이 핸드폰으로 봤는데 별로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집에 가서 배경음악과 함께 보니 다르더라고요. 음악이 퍼즐을 완성하는구나, 이런 게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구나 생각했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많은 이의 공감을 끌어낸 드라마인 만큼 명대사도 많았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역시 4회의 포옹신에서 나온 "그만 불행하고 같이 행복하자"를 꼽으면서 "이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우들끼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하면서 계속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도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이 작품이 끝난 게 아쉬워요.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고 나면 다 태워버린 느낌이라 멍하기도 하고 움직이기조차 싫었는데 이번엔 현진이, 예지원 선배님을 비롯한 배우들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캐릭터 연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막 들어요. 열정을 되찾았달까요?(웃음)"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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