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임동원 대통령 통일안보특보가 특사자격으로 북한에 갔다. 임 특보는 3~4일간 평양에 머물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도 확실시된다. 가장 민감한 시기에 특사파견을 수용한 만큼 북한도 성의있게 대화에 응해주길 기대하고자 한다.

이번 특사팀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정책 관계자가 함께 동행하고 있어, 노 당선자의 향후 대북구상도 함께 전달될 것으로 본다. 특사방문에 맞춰 암흑으로 변한 평양의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 북한의 전력사정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핵 원자로가 전력수급의 방편이라는 북한의 입장이 피부에 와 닿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가 북핵 문제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변했는지 착잡하다.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로부터 핵으로 인한 불신에서 벗어나려는 공동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정리되길 바란다.

이번 방북특사의 활동에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이라크 공격이 임박해지면서 미국내 여론은 물론 유럽에서도 반전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한국민이 원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공화당내에서 영향력 있는 베이커의 발언은 북한도 믿지 못하겠지만 남한의 미국인식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미국은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북한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북핵 문제가 쉽게 풀려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방북특사의 책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말 한마디라도 함부로 표출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시점이다.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가나, 북미 양국간에 오해를 줄 수 있는 일체의 언질이나 행동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북한과 나눈 대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판단을 구하는 것이 특사의 책무라고 본다. 아울러 우리와 미국의 입장을 겸허한 심정으로 토로해야 한다. 가감없이 전달하고 북한의 의중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남북간에 정상회담과 각종 교류, 협력의 장을 열어가면서도 북한이 핵 개발을 해 왔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어떤 변명이나 설득이 필요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이 어떤 대응책으로 맞설 것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북핵 문제만큼은 민족공조로 풀어갈 수 없다. 아울러 경의선 개통문제와 개성공단 등 쌍방간에 미타결된 현안도 중요하다.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대화의 채널을 열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연유에서 방북특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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