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서산지역 천수만 A지구 간월호 일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재작년 2월 간월호 한가운데 있는 모래섬 두 곳에 사철(砂鐵)채취를 위한 광업권 설정을 했던 이모씨가 급기야 충남도에 채광계획 인가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는 이달 중 인가 여부에 대한 단안을 내릴 예정이어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만약 사철 채광허가가 떨어지게 되면 간월호 일대의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간월호에서 폭이 가장 넓은 와룡천 하류 모래섬은 겨울 철새인 큰기러기와 가창오리, 큰고니 등 30여종이 찾아오는 곳으로, 봄·여름에도 쇠제비갈매기, 천연기념물인 검은사슴물떼새, 흰물떼새 등이 번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이곳에서 사철을 채굴하게 되면 이들 철새들의 서식환경을 크게 해치게 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국제 습지보호단체인 웨트랜드 인터내셔낼로부터 '동아시아 오리·기러기 네트워크'로 공식 인정서까지 받은 천수만 일대는 세계적 희귀조류인 황새, 흰꼬리수리, 저어새, 두루미 등 연간 30여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드는 철새들의 낙원이다. 환경부와 서산시가 올해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자연학습과 생태관찰 기회 제공을 위한 생태공원을 조성키로 한 바로 그 지역이다.

서산시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제1회 서산 천수만 철새기행전을 개최한 결과 7만5000여명의 내국인과 500여명의 외국인 탐조객이 찾아올 정도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라 잊지 않고 찾아드는 철새들은 우리가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천연자원이다. 특히 천수만은 동진강 하구와 영암호로 이어지는 서해안 철새 벨트를 형성하는 거점이라는 중요성도 지니고 있다. 사철채취로 천수만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충남도가 최근 관련 부서와 해당 지자체인 홍성군과 협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여서 사철채취 허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홍성군은 2001년 7월 광업권 출원 당시 이 지역이 조수보호구역으로 광업권이 설정되면 담수호 보존 및 천연조수보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자원부 광업등록사무소에 그 부당성을 지적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 홍성군 측이 사철채취 허가에 동의할지는 의문이지만, 천수만 일대의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어떠한 기도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사철채취로 철새들의 휴식처인 모래섬이 없어지거나 훼손되면 철새 낙원이 위협받게 되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따라서 천수만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류와 한강 재두루미 도래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처럼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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