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용 옥천경찰서 교통관리계장

'컬쳐노믹스(Cultunomics)'란 말이 있다. 문화를 뜻하는 'culture'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의 합성어로 문화를 통해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과거에 문화가 단순히 홍보개념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소득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KOTRA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발표한 2015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로 발생한 문화 콘텐츠, 소비재·관광 수출액이 70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문화의 힘은 정말 크다. 이 강한 힘 때문에 문화가 경제가 되고 국력이 되는 세상이다. 물질문화인 대중문화만큼 대한민국의 얼굴이면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교통문화이다. 대중문화는 우리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전파되지만, 교통문화는 다르다. 대한민국에서 실제 교통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느끼는 것이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이 그렇다.

우리의 교통문화는 어떠한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보복운전’과 ‘음주운전’은 다가오는 여름휴가철이 되면 더욱 극성일 것이다. 이들은 도로 위 주변 차량의 운전자에게도 심각한 위험 상황을 야기할 수 있어 더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경찰은 발 빠르게 보복운전, 음주운전자와 방조자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보복운전은 고의로 급정거하거나 급감속·급제동해 위협하는 행위, 진로를 급변경하면서 중앙선이나 갓길 쪽으로 밀어붙이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유형으로, 피해자들의 신고와 제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단속과 제재만으로는 음주운전, 보복운전, 난폭운전, 주·정차위반 등의 교통기초질서위반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성숙한 도로교통문화의 확립은 사후적 제재인 처벌에 있기보다는 운전자의 내재된 교통도덕 의식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률의 제재는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기에, 형사법적 제재보다 우리 개인에게 ‘사람이 먼저’라는 인문학적 사유에 그 본질적인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용(中庸)에서는 "만물은 함께 자라 서로 해치지 않고 도(道)는 함께 행해져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문화 강대국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우리의 문화는 곧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하며, 경제 성장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복운전, 음주운전으로 얼룩진 교통문화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문화강대국이란 타이틀이 무색해진다.

문화 강대국의 위상은 겉으로 보여지는 한류스타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배려와 존중의 공동체 의식과 마음과 주변을 다스리는 중용의 정신에 그 본질이 있다.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교통질서의 정신문화가 바로서야 컬쳐노믹스가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란 말이 있다. 모래위에 세운 누각 즉,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말이다. 교통문화를 해치는 위험운전을 근절하여 기본이 바로 선 문화 강대국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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