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무역협회대전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얼마 전 중국 인공위성 발사에 얽힌 뒷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있는데 ‘치앤슈에린’이라는 과학자가 바로 그다. 치앤슈에린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 국방과학위원회의 미사일팀장, 독일 미사일기지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1950년 미사일 기밀문서를 가지고 중국으로 귀국하려 했으나 미국 이민국에 적발됐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맨손으로 중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후 그는 마오쩌뚱 주석을 만나 인공위성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해낼 수 있지만 앞으로 5년은 기초과학만 가르칠 것이고 그 다음 5년은 응용과학만 가르치고 그 후에 실제 기계제작에 들어가면 15년 후에 발사할 수 있다. 앞으로 15년 동안 성과에 대해 요구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마오주석은 이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했고 15년 동안 인재와 자금을 지원해주며 성과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15년 후인 1970년 4월에 중국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한 투자가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이슈를 접하면서 핵심기술에 기반하지 않은 근시안적 정부정책의 무모함을 절감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우리 조선업이 1위 자리를 중국에게 내어주고 쇠락의 길로 들어서자 2013년 11월 대책을 발표했다.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이 연평균 6.4%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며 2017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9000억원을 투자해 1만개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야심찬 발표를 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인 2015년 조선 주요 3사는 8조 54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중 82%에 달하는 7조원의 손실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1만개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해양플랜트 핵심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한 근시안적 정책이 조선업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2년 말 집권한 후 중국 경제구조가 더이상 고속성장에 머무를 수 없음을 고백하고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주창하며 중속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장기적 계획하에 과감한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특히 철강·시멘트·조선 등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조선업은 살릴 기업만 추리는 ‘화이트 리스트’를 작성, 1000여개에 달하는 중소 조선사를 대형 조선사 70~80개로 줄이고 있다. 해운업도 양대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와 중국해운을 합병했다.

중국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전통 제조 공정에 IT, 로봇 기술 등을 결합해 싼 임금에 의존해 키웠던 제조업을 독일·일본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고, 인터넷플러스는 모든 전자기기에 인터넷을 더해 전자상거래·인터넷금융 등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1분에 8개 꼴로 창업 기업이 생기면서 IT 부문이 쾌속 질주하고 있다. 작년 중국 경제는 6.9%의 중속 성장을 했지만, 중국 IT산업의 성장률은 그 3배인 21%에 달했다. 세계 경기침체로 국가간 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무릇 국가의 백년대계를 수립·집행함에 있어서 정권 변동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의 양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