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경제부장
[데스크칼럼]

'트럼프 효과' 對(대) '반기문 효과'. 최근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통령선거 관련 '이슈'다. 트럼프와 반기문이 갖는 영향력이 상당하기에 이들이 보여줄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트럼프는 당초 여성 비하, 인종 차별과 각종 스캔들로 인해 결코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 대선 후보가 됐다.

보수적인 공화당의 특성상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각종 제한 정책이 많다. 역설적으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뽑힌 것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현실적인 도피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후보 결정 상황과는 달리 대통령선거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미국 유권자 전체로 보면 민주당 지지도가 높고 민주당 후보가 된 힐러리에 대한 지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기행(奇行)’에 가까운 행동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고 결국 이는 표로 결집될 분위기다. 공화당 역시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후보 선출 전략과는 달리 유색인종에 대한 각종 선심 정책을 내고 중도성향 유권자를 잡기위한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대권후보가 됐다지만 트럼프가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은 크지않다는 분석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보자. 반 총장은 내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의 '상수(常數)'다. 분위기로는 이미 새누리당 후보가 된 듯하다. 반 총장은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방문은 유명세 만큼이나 핫뉴스였다. 각종 언론은 이미 반 총장을 대권후보로 기정사실화했다. 반 총장의 방문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를 대권후보로 만들었다. 반 총장 역시 굳이 출마여부를 감추지않고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였다.

현재 그려지는 선거전략은 결국 ‘지역구도’다. 충청 후보인 반 총장이 대구·경북(TK)의 지원을 받을 경우 대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미 우리는 ‘DJP연합(DJ+JP)’에서 그 위력을 실감한 바 있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후보가 충청 출신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아 결국 대선에서 승리한 상황을 말한다. 새누리당으로선 ‘DJP연합’의 재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호남 바탕에다 PK(부산·경남)의 지원을 받을 경우 대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문재인 전 의원 등이 호남민심잡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 총장이 그리는 지역구도에다 인기까지 결합될 경우 당선 가능성은 높아진다. 문제는 대권후보로서의 검증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외교관 출신 특유의 책임지지 않는 화법에다 국가경영을 위한 비전이나 정책 역시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오죽하면 '기름장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 인기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아님은 숱한 역사에서 접해온 사실이다. 물론, 유엔사무총장 경험은 국가 경영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스펙(자격·specification)’이다. 반 총장이 대권에 가까이 있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거쳐야 할 과정은 험난하다. 트럼프와 반기문의 인기가 대권으로까지 이어질 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국가경영 철학과 비전을 아직 두 후보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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