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한사람은 산꾼이고 한사람은 뱃꾼이다. 두 사람 모두 '세계최고(最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산악인 '대장' 허영호와 요트 ‘선장’ 김승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충청도가 고향이다. 허영호는 충북 제천, 김승진은 충북 청주다. 김 선장의 경우 한때 제천에서도 산 적이 있었으니 '충청도 제천'이 공통DNA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고향이, 고향이 아니라 타향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허 대장과 김 선장은 충청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지만, 고향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딱 1년 전에 김승진 선장을 당진 왜목항에서 인터뷰 했었다. 그가 국내 최초로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한 직후였다. 그는 210일간 적도와 피지, 칠레 케이프혼, 남아공 희망봉,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을 거쳐 총 4만1900㎞(2만2600해리)를 항해했다. 그것도 단독, 무동력, 무기항, 무원조라는 세계최초 기록을 세웠다. 인터뷰를 하며 그의 집념이 두려웠고, 불굴의 정신이 두려웠다. 오로지 바람의 힘만 믿고 어찌 홀로 망망대해를 표박(漂泊)하고 다녔을까.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준 '바다의 영웅' 김 선장은 '요트 위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 '21세기 이순신'이었다.

▶세계 최초로 3개 극(極)지점과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세계적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허영호 대장을 인터뷰했다. 그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등정을 가상현실(VR) 카메라에 담아 귀국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는 등반 외에도 경비행기로 하늘을 섭렵하고 스킨스쿠버로 바다를 누비고 있다. 그는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산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자연 앞에서의 겸손함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에게 중단이란 없다. 조건이 허락한다면 세계의 지붕 꼭대기에 텐트를 치고, 1박 하는 게 꿈이라는 허 대장에게서 경외감을 느꼈다.

▶김 선장의 집은 경기도 고양이고, 허 대장의 집은 경기도 하남이다. 돈 벌기와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은 현재 방방곡곡 다니며 강의로 벌이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탐험가들을 홀대하고 몰이해(沒理解)하는 것은 지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처음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서 성공했을 때는 반짝 관심을 갖다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저급한 가벼움에 사죄를 고한다. 고향은 유산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큰일을 해냈을 때는 그만한 가치를 존중받아야한다. 우리가 낳은 세계최고의 콘텐츠를 우리가 키워야할 때가 오지 않았는지 산과 바다에게 묻는다. 더불어, 저 오대양 육대주에 대한민국의 깃발을 꽂은 충청 사나이들의 용기에도 뜨거움을 고한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