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요상한집

“대기업을 다녔어요. 그런데 더 다니다가는 죽겠더라고요”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요상한집’의 김지연(32) 사장은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3년전 식당을 차렸다. 그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결심 하고 차린 식당이 ‘요상한집’이다.

김 사장 스스로의 아픔을 메우고자 차린 공간이기 때문인지 그의 식당에서의 식사는 묘하게 ‘힐링’을 받는 느낌이다. 그는 손님 10명 중 1명이 “맛있다”고 건네는 말 한마디에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행복을 위해 요리하는 그의 정성이 담긴 음식에 손님들도 따스함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은은한 조명·오랜 시간 들여 하나씩 구매했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공간·가정집 주방 같은 정갈한 오픈 키친. 공간 자체가 포근하다.

‘요상한집’의 대표 메뉴는 가츠동이다. 가츠동은 일종의 돈까스 덮밥으로 소박한 일본 가정식이다. 오목한 그릇에 쌀밥을 담아내고, 그 위에 간장 양념장이 끼얹어진 갓 튀긴 돈까스가 올라간다. 돈까스 위에는 촉촉하고 고운 계란이 덮어진다.

김 사장은 저녁 마감 이후, 다음날 사용할 돈까스를 준비한다. 질 좋은 돼지고기 안심, 고소한 빵 가루. 정직한 식자재로 정성스레 만들어진 가츠동의 돈까스는 바삭하고 고소하다. 버터 등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신선한 빵 가루 때문인지 풍미가 풍부하다.

젓가락으로 돈까스를 들어올려, 한입 깨무는 순간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계란이 느껴지는 동시에 튀김가루가 ‘아삭’하고 바스라진다. 바로 짭쪼름하고 달큼한 간장 양념이 입안에 퍼진다. 이후 촉촉한 돼지고기 안심이 기분 좋은 식감으로 씹혀진다.

같이 곁들어져 나오는 할라피뇨(매운 고추) 피클과 겨자 김도 별미이다. 고슬고슬한 밥에 돈까스 한점, 할라피뇨 피클 반개를 얹어 입안 가득 채우면 고소함 뒤에 매콤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준다. 겨자 김에 간장 양념이 버무려진 밥을 싸 먹으니 새로운 맛인데 손이 계속 간다.

자신을 이곳의 단골이라 밝힌 제갈희영(25)씨 “돈까스의 촉촉함이 남다르다. 한국식으로 해석된 일본 가정식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기자기한 느낌에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기에도 좋고,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친구들끼리 와서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휘재 기자 sparklehj@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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