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승 청주시 상당구 가정복지팀장
[투데이포럼]

남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라는 사전적 뜻을 담은 단어가 친절(親切)이다.

요즘 들어 부쩍 친절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반성을 하게 된다. 주위에서 늘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대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상당구 주민복지과 가정복지팀의 막내인 신규 여직원이 바로 그 대상이다.

부서로 배치 받아 온 순간부터 어린 신규 직원이 늘 신경 쓰이고, 하는 일 마다 다시 한번 쳐다보고 혹여나 잘못 일을 처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찾아오는 민원인을 능수능란하게 응대하고 민원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규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민원업무는 기초연금 지급업무다. 잘못 지급된 기초연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이 무척 화가 나서 따지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경력이 있는 직원들도 노인들의 화를 쉽게 누그러뜨리지 못해 큰소리가 나기 쉽다.

하지만 많은 노인들이 신규 직원을 찾아왔지만 그 어떤 큰소리도 듣지 못했고 만족한 모습으로 민원해결을 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탄과 반성, 분석을 해 봤다.

첫째, '나이가 많으신 노인이 방문하면 일단 내 업무 민원이려니 생각하고 일어나 맞이하기'다. 우리 직원은 노인이 방문하면 먼저 앉을 수 있는 의자부터 준비를 한다.

둘째,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고 잘 알아 들을 수 있도록 귀에 대고 대화하기'다. 가만히 지켜보면 상담하는 모습이 너무나 다정한 할아버지와 손녀 같아 보인다. 옆에 있는 직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인에게 바짝 다가간 뒤 다정한 얼굴로 소곤소곤 이해를 시키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속닥속닥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니 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셋째, '같은 민원으로 여러번 방문해도 항상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기’다. 몇몇 노인들은 너무 자주 오셔서 낯이 익은 분들이 있다. 같은 민원을 가지고 생각날 때마다 우리 직원에게 설명을 들으러 오시고 또 궁금한 사항을 한보따리 내놓고 해결하고 가신다. 그럴 때 마다 그 직원은 30분 이상을 상담에 매달리곤 한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도움이라도 주려고 자리로 가보면 그 걱정이 왠지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직원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짜증도, 불만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막내 직원의 친절은 대체 누가 가르쳐 준 것일까…. 참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상당구청 주민복지과에는 우리팀 막내 직원과 같이 지난해 같은 날 발령받아온 6개월도 안된 신규 직원이 2명 더 있다. 처음엔 그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기대도 안 했지만, 지금은 젊은 그들에게서 친절을 배우고, 열심히 일하는 열정을 배우고 있다.

그들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배우는 새내기 입장이 되고 보니 부끄럽다. 과연 나는 친절과 열정을 잃어버린걸까 하는 반성도 해 본다. 친절이란 매우 정겹고, 눈높이 맞춰서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설명하기 좋은 가르침을 준 젊은 그들에게 언제나 친절이 떠나지 않기를, 그리고 어려운 일에 쉽게 지치지 않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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