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국회', '식물국회' 등 온갖 오명에 휩싸였던 19대 국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오늘부터 20대 국회가 새롭게 열린다.

여소야대 국회, 3당 체제의 정치지형으로 재편됐다. 총선민의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은 물론 정치권 스스로 '협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정치권이 어떻게 수용할 건지 관심사다.

4·13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 국민의당이 38석으로, 어느 정당도 일방 독주를 할 수 없는 구도다. 대화와 소통 그리고 타협의 정치를 구현해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19대 국회 막판에 상시청문회를 가능케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야 3당의 강경 입장으로 20대 국회가 문을 열기도 전에 팽팽한 긴장국면이 조성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 때만 해도 협치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듯했었다. 회동 당시 5·18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야권의 기대감을 한껏 키워 놓고는 이를 나중에 불허하는 바람에 야권 반발을 산 바 있다. 20대 국회 벽두부터 여야의 기선잡기식 형세를 보는 국민적 심사가 그리 편치 못하다.

19대 국회는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19대 4년 임기중 발의 법안은 총 1만 7822건으로 이 가운데 통과 법안은 8013건에 그쳤다. 나머지 9809건을 결국 미처리 법안으로 자동폐기됐다.

총 227건의 입법청원이 접수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된 청원은 2건뿐이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서로 정략적인 입장만을 내세웠을 뿐이다. 여당은 야당 더러 국정발목 잡기라고 비난하고, 야당은 졸속입법 정책이라고 맞받아친다.

악화 일로의 경제난국에다 심상치 않은 외교안보 등 대내외적 여건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원구성 마저 법정시한 내에 마무리 짓지 못하고 허송세월한다면 그처럼 불행한 일이 없다.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또 한 번 민심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갖가지 정계개편설이 나돈다. 정치권이 민생은 살피지 않고 권력구도에만 눈이 멀 경우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정치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