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대달리 절반성공 평가, 일부 수렴안해 인권보장 역행

대전시교육청이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학교규칙 제·개정을 추진했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그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이달 말까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학교규칙(학생생활규정 등)의 제·개정을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

제·개정의 주요 골자는 가급적 두발의 길이를 숫자(5㎝ 등)로 제한하지 않는 등 학생 용모에 대한 사항을 학교장이나 개별 교사의 판단에 따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학교급 및 학교 특수성에 따라 학교규칙을 결정하되 제·개정 과정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 의견을 반드시 수렴토록 했다.

제·개정 추진 결과 일부 학교들은 교육가족의 여론을 수렴해 그동안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여겨지던 학칙들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둔산여고는 학생회임원선거 입후보 및 임원 자격으로 ‘학업성적이 양호하고’라는 규정을 뒀었지만 이번 제·개정을 통해 학업성적에 대한 부분은 삭제했다.

복장·용의 규정에서도 머리카락 길이를 뒷목 옷깃 밑선에서 10㎝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던 것을 폐지하고, 완전 자율로 바꿨다. 둔산여고는 학부모 대표 간담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학생설문조사, 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지난 2일부터 제·개정된 학교생활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대전동산고도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학교 내 핸드폰 소지를 허용했으며, 머리 유형도 일부 완화했다. 대전동산고 오현일 교장은 “제·개정 후 우려와는 달리 학습에 지장을 느낀다거나 학생과 교사의 마찰이 한 건도 없었다”며 “제일 큰 효과는 자신이 낸 의견이 받아들여짐으로써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민주시민의식 등을 길러줄 수 있었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학교와 달리 일부 학교는 규칙 제·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자체를 진행하지 않아, 학생인권 보장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 규칙으로 학생 지도를 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는 게 제·개정을 추진하지 않은 대부분 학교장들의 입장이다.

제·개정을 추진한 학교 중에서도 형식적인 절차만 밟아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회 대전지부 이건희 지회장은 “학칙 제·개정에 직접 참여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학습해보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다만 대부분의 학교가 일부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만을 듣고 제·개정에 나서 이같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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