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사회교육부장

충북교육계가 '교육공동체헌장 논란의 회오리’에 빠져 있다.

교육공동체헌장 제정은 김병우 진보교육감의 핵심 공약사업 중 최고의 숙원사업(?)이다.

도교육청이 지난 달 홈페이지에 공개한 '교육공동체권리헌장' 초안을 보자. 교육헌장은 전문 11개 항목, 3장 32개 조항과 실천규약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헌장 초안이 공개되자 학부모단체 등 보수단체들은 선포를 저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새누리당 충북도의원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육헌장 자체가 학생인권을 무한정 신장함으로써 교권을 무력화하고 사제 간을 대립시켜 학교 현장의 혼란만을 부추기는 '충북학생인권조례의 축소판'이라며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충북교육공동체권리헌장 명칭에서 '권리'를 빼고 일부 쟁점이 되는 문안을 손질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은 초안에서 학생 미혼모 학습권 보호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금지 조항이 삭제됐다.

삭제된 조항은 학생 임신 조장, 동성애 허용 등 보수 단체들이 반발했던 내용이다. 수정안은 또 의사 표현의 자유 보장, 학생의 단체활동 참여권 보장,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항을 ‘교육적 목적’으로 한정했다. 도교육청은 이 정도의 수정안이면 보수 단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되레 지역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헌장 제정에 반대하는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지난 12일 청주 육거리 시장~충북도청~청주시청 도로가에 헌장 제정 철회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단체는 4만명 이상이 연명한 헌장 반대 서명서를 도교육청에 잇따라 제출했다. 반면 헌장 제정에 찬성하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교육헌장은 선언적 의미인데 (일부 보수단체가)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시민 다수의 뜻과 배치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은 7차 제정위원회를 통해 확정한 교육공동체헌장 최종안을 26일 공개했다. 최종안은 1차 수정안에 존중과 배려,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시 수정이 가해졌다.

도교육청은 27일 도내 각급 학교 교감과 유치원 원감을 대상으로 교육헌장 설명회를 연 뒤 오는 31일 이 헌장을 선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헌장 수정에도 보수단체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육헌장 제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교육감이 더욱 더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보수단체들은 교육헌장 선포를 예정대로 강행하면 김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도교육청은 대규모 선포식 없이 학교 여건에 맞는 자체 선포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포식을 열면 헌장제정 반대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하는 학부모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다. 교육헌장을 둘러싼 갈등이 이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 교육계에선 도민들에 대한 홍보와 설득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일각에선 ‘김 교육감의 일방통행식 교육행정’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도 있다. 아무리 지향하는 방향이 옳더라도 일선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헌장을 성급하게 도입하면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일선 학교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교육헌장이 학교 현장에 안착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도민과 학부모를 상대로 충분한 논의와 설득만이 이런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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