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경제인칼럼]

대중국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이래 우리기업들은 중국을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공무역기지로 활용해 왔다. 이에 진출지역이 물류가 편리한 산동성, 광동성 등 중국 연해지역에 집중되었다. 진출업종도 선진국이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금융, 유통, 물류, 숙박, 음식 등 서비스업종과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반면, 우리는 제조업 중심이었다.

중국은 등소평이 78년 말부터 사회주의 공유경제의 저생산성을 타파하기 위하여 실용주의에 입각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주창하며 개혁개방의 반대세력을 제압하고 시장경제체제 도입과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까지 30여 년간 중국은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하며 통상의 산업발전단계를 뛰어 넘는 압축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과도한 자원소비, 환경오염, 과잉생산, 인플레, 지역간 계층간 도시와 농촌간 소득불균형 심화 등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낳았다. 중국은 지금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미국, EU 등 선진국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세계 제조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자 시진핑 정부는 경제발전 속도를 늦추고 철강, 석유화학 등 과잉산업의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는 한편, 7대 신성장산업 육성정책(?에너지절약, 환경보호, ?차세대정보기술, ?바이오, ?첨단장비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신에너지자동차)을 수립·시행은 물론 중국제조 2025전략, 인터넷플러스 등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야심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내수시장 부양을 위하여 각종 소비부양책도 시행하여 왔다. 나아가 선진국 위주의 세계경제질서에의 편입을 위해 위안화 국제화,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 아시아개발은행(AIIB) 설립 등 다양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이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에 비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G2를 넘어 G1으로 부상하고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이 세계경제성장의 강력한 엔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최근 관내 기업을 방문해 보면 십중팔구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화두이다. 중국으로부터 큰 주문을 받아 희망에 부푼 중소기업들을 여럿 보았다. 우리와 문화와 생활습관이 유사하고 또한 한류 등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 우리에게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거대소비시장이 바로 우리와 이웃해 있는데 우리의 중국 소비시장 점유비중은 5%대를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최근 대중국 수출부진은 중국의 중후장대형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 우리 산업이 고부가가치 제조업 및 서비스산업으로의 구조전환을 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중국 소비시장의 부상을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덩치 큰 중국과 비교하여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며 남 탓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가공무역기지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일구어낼 거대 소비시장이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창의적인 제품의 개발(made for china)과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이라는 거룡의 등에 올라 비상하느냐 용의 발아래 짓밟히느냐는 우리하기 나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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