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관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목요세평]

짙은 파랑색 하늘에 꿈틀거리듯 소용돌이치는 구름, 노란색 달과 별의 둘레엔 뿌옇게 무리가 져있고 별빛과 달빛이 폭발하는 그림. 누구라도 보게 되면 ‘아, 이 그림!’ 할 만큼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한 묘사다.

130년 전 고흐가 살아 돌아와 오늘을 산다면, 다시금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별밤’을 그려낼 수 있을까? 요새는 도시 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좀처럼 별을 보는 게 쉽지 않다. 10년 전 케임브리지 대학 길모어 교수는 ‘40년 후면 지구상에서 더 이상 별을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 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그 주요 원인의 하나로 ‘기후변화’를 들었다. 때 아닌 폭염·폭우, 겨울잠도 못자고 깨어난 개구리, 설 땅을 잃어가는 북극곰 그리고 점점 수장돼가는 섬나라 투발루와 몰디브까지. 지구가 보내오는 이상 신호들은 이제 경고 수준을 넘어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며칠 전 국내 공기 질 수준이 180개국 중 173위로 꼴지에 가깝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일찍이 화석연료의 혁명인 산업화 이후 133년 동안 지구온도는 0.8℃ 상승했다. 2℃가 상승할 경우엔 생물의 30%가 멸종된다고 하니, 하나 뿐인 지구에 세 들어 살고 있는 공동운명체로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만 한다는 숙명에서 자유로울 국가는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파리협정’(2015년 12월 12일)은 지구 보호라는 공통의 숙제를 위해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한 최초의 기후합의라는데 의미가 크다.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지구오염 문제가 그만큼 급박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 전 세계는 이마를 맞대고 금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을 최소 2℃ 이내로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를 감축하기 위해 다각도에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나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권거래제, 탄소포인트제, 신재생에너지 개발, 국민 1인당 1t 이상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탈탄소화를 위한 대전시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친환경 전기자동차, 천연가스 버스 보급, 질소산화물 감축을 위한 친환경 저녹스(NOx) 버너 설치비 지원 등이 그 사례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시설(10개)을 지정·관리하며, 24시간 대기오염 경보 상황실을 가동해 미세먼지 정보를 실시간 알리고 있다.

‘탄소포인트제’ 운영도 확대됐다. 종전 일반 가정에 국한된 것을 아파트단지까지 확대했고, 감축 대상에 상수도 요금까지 포함시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제 21회 환경의 날을 기념해 내달 2일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는 ‘탄소 제로’를 주제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시민과 함께 모색해 보는 시간도 가질 것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완전히 억제할 수 없다면, 최대한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내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천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안 쓰는 플러그는 빼기, 양치할 때 컵 사용하기, 다만 며칠이라도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그마한 습관과 실천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의 속도를 현저히 늦춰줄 수 있을지 모른다.

고흐는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고 했다. 과거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면서 꿈을 꿀 수 있도록 ‘파란나라’를 선물해 주고 싶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가수 혜은이의 노래가 오늘따라 귓전을 맴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