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이 최고학부, 상아탑 등의 수식어와 거리가 멀어진지 이미 오래건만 대학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현실여건을 넘어 이상을 지향하는 이율배반을 나타낸다.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대학정원과 각 대학마다 개설한 백화점식 유사학과 난립으로 대졸자 인력수급현실은 정체 내지 쏠림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모든 대졸자가 자신이 원하는 직장으로 전원 취업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다.

직장불만과 생산성 저하, 낮은 보수와 잦은 이직, 사회불안 그로인한 국력낭비 등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엊그제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 청년층의 전공-직장 미스매치와 노동시장 성과'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3명중 1명이 전공과는 무관하게 취업중이다. 이는 최근 10년 가까이 비슷한 수치로 이런 왜곡된 상황이 대세로 굳어질 우려가 크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수만 가지 직업군 모두를 대학에서 공부하며 준비할 수는 없다. 대학전공이 기껏해야 천여 개 미만이므로 연관전공과 유사분야를 적절히 연계하여 인력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어느 정도의 편차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문계의 경우 45.2%가 전공과 취업분야가 상치되는 현실은 예삿일이 아니다. 공학계열은 33.8%가 어긋나고 전공성이 가장 중시되는 의학분야에서도 22.1%가 미스매치라는데 이런 여건에서 직업안정, 사회발전과 국력향상이 이루어지겠는가.

각 대학에서는 사회와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여 끊임없는 커리큘럼 개편작업을 진행해 왔고 강의내용 역시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부분을 과감히 지양하고 현장친화적으로 바꾸는 동안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오는 터이다. '학교졸업 후 노동시장 이행에 따른 진로지도 강화'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을 해결책으로 거론하지만 얽힌 실타래에서 어디서부터 개선작업을 시작해야할지 막연하기는 매한가지다.

대학 구조개혁 작업에서 사회수요가 많은 전공으로 과감하게 정원을 확대하고 보다 강력한 교과과정의 친기업화, 현장실무중심 지향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1/3정도가 전공과 취업분야가 어긋나는 현실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바로 이런 시급한 현안에 국가차원의 고등교육정책, 인력관리정책의 핵심을 맞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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