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배터리. 아마 요즘 특히 많이 사용되는 언어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서 전화 못했어"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배터리 방전이다”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꿔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때 전기로 재생하는 장치로 우리말로 '축전지’ 혹은 ‘전지'라 한다.

전지는 한자어로 '電池'로, '전기를 담아 놓는 연못'을 뜻한다. 영어로는 'battery'다. 이 배터리는 어디서 유래됐을까. 사연이 복잡하고 어렵다.

1746년 배터리의 모태가 되는 전기축전지가 발명됐다. 발명자는 네덜란드 물리학자이며 라이든 대학 교수였던 뮈센부르크. 어느 날 그의 실험실을 찾아왔던 친구가 전기 실험용 유리병에 설치된(삐죽 나온) 전선을 만졌다가 심한 충격을 받았다. 이 유리병에 저장된 전기에 감전된 것이다. 친구의 감전은 유리병에 전기가 저장됐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를 기초로 뮈센부르크는 전기저장 장치를 발명하게 된다. 그는 이 장치를 라이든 대학에서 만들었다 해서 '라이든 병(Leyden jar)'이라 이름 붙였다. 이 라이든 병은 절연과 저장조건에 따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며칠 동안 전기저장이 가능하다.

이때 라이든 병을 여러 개 병렬로 연결시켜 놓았다고 한다. 당시 학자들은 이 형태의 명칭을 정해야했다. 군사용어를 차용하기로 했다. 다름 아닌 배터리. '배터리'는 군함의 포대나 포탑, 또는 지상의 포대(고정 포대 포함), 포병 중대를 지칭했다.

특히 대포 여러 개를 병립해서 동시 다발로 적진에 쏘는 포진을 '배터리'라 했다. 이 포진과 라이든 병 연결 모습이 비슷했다. 이렇게 해서 배터리가 탄생했다. 그 후 이탈리아 물리학자 볼타가 발명한 전기저장 장치도 '볼타 배터리'라 칭했는데, 이것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전지의 기원이다.

하지만 요즘 배터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병렬로 연결한 모습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 배터리는 달랑 한 개만, 그것도 무척 얇다. 그러니까 병렬로 연결해 놓은 원초 배터리는 아니다. 당초 의미와 다르지만 그냥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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