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한국문학 스펙트럼 넓다…번역 인프라 마련돼야"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46)의 쾌거가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가속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단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에서 확인됐듯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한국문학이 해외에 폭넓게 소개된다면 더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번역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번역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한국문학의 가능성 확인했다…동료 문인들 고무

문단은 한국 작가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면서 해외에 지펴진 한국문학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게 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등 해외 번역가들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제2, 제3의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단편 '침묵의 미래'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애란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상 기사를 보고 진심으로 기뻤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운문적인 아름다움과 산문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섞인 한강 선배님의 소설들을 저도 무척 좋아한다"며 "이번 심사평에서도 그런 특징이 언급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 선배님도 10년 전 작품이 다시 이런 상을 받는 느낌이 낯설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번역 환경이 앞으로 더 좋아져서 이렇게 한국문학의 동시대 작품들이 시차를 조금씩 따라잡으면서 꾸준히 소개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번역 환경의 움직임들이 지난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땅에 닿아서 사라지는 눈이 아니라 쌓이는 눈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작가들은 물론이고 한국문학번역원 쪽이나 편집자 등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김중혁 역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워낙 문장을 공들여 쓰는 작가로 알고 있어서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마다 같은 작가로서 존경스럽달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수상을 하기는 했지만, 뭔가 체계적으로 한국문학이 소개된 케이스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은 더 많은 (좋은) 조건이 없었는데도 드문 케이스였다"며 "좀 더 체계적으로 소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어 "동시대 다른 선후배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채식주의자'처럼 진지한 작품뿐만 아니라 발랄한 작품들도 많다. 해외에서 한 작가를 통해 다른 작가의 다양성을 소개받고 싶어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세계가 한국문학에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자신했다.

또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국에 일본어학과를 만드는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아는데, 한국은 거의 시작단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 무대 노크 작품 대기…"문제는 번역"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이번에 맨부커상을 공동수상한 데버러 스미스는 한국에 실험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이 많다고 평한 바 있다.

스미스는 2013년부터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소설가 배수아의 작품을 번역해 왔다. 이 작업이 결실을 봐 오는 10월부터 미국 출판사들과 손잡고 배수아의'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을 잇달아 출간하기로 했다.

또 올가을 배수아와 함께 미국 최대 번역가 모임인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의 연례회의에 파견돼 뉴욕 등지에서 낭독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스미스는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에 따라 자신이 직접 설립한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에서 매년 한국문학 3종을 시리즈로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특히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김연수를 비롯해 젊은 소설가 한유주, 황정은 등의 작품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또 내년 초 미국 저명 출판사인 하코트(Houghton Mifflin Harcourt)에서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그레이울프(Graywolf Press) 출판사에서 한유주의 '불가능한 동화'를 출간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문학의 번역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한국인 번역가가 초벌 번역한 것을 외국인이 감수하는 공동 번역의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고, 그나마 사정이 가장 나은 영문 번역가도 가용인원은 3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김성곤 원장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무라카미 하루키, 중국의 모옌 같은 작가들은 모두 작가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도맡아 번역해주는 전담 번역가들이 있었다"며 "우리도 그런 번역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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