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15일은 ‘가정의 날’이면서 ‘스승의 날’이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가정의 소중함과 스승의 고마움을 느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한 날이기도 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격언은 이미 옛 말이 된지 오래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도내에서만 104건의 교권 침해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38건, 2011년 225건, 2012년 248건까지 늘면서 정점을 찍다가 2013년 71건, 2014건 35건으로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제자가 스승에게 욕설을 내뱉는 일은 예삿일이 됐고, 폭행에 성희롱까지 학교 현장의 교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지난해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합창 연습 도중 장난을 치지 말라는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고 심지어 종아리까지 걷어찬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중학교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것을 나무라자 교사에게 욕을 하면서 "흉기로 찔러버린다"고 위협한 학생도 있었다. 수업시간에 장난을 쳤다는 이유로 교사가 훈계를 하자, 여교사의 뺨을 때리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폭언을 한 학생까지 발생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가.

한 때 교직은 촉망받는 직업 ‘0순위’로 손꼽혔다. 적지 않은 보수를 받고 정년을 보장받는 데다, 방학기간을 잘 활용하면, 여유(?)로운 생활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상당수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 선택에 후회를 하고 있다니 교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참스승이 없다는 쓴 소리도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선생님이 다 존경받을 수는 없는 안타까운 일탈에 기인한다. 지난 3~4월 두 달 새 충북 교단에서는 4건의 성 추문 관련 사안이 터졌다. 한 20대 남자 교사는 같은 학교 여교사 4명을 주점이나 노래방 회식 도중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파면됐다. 모 중학교 교장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한 여성의 입을 강제로 맞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 고등학교 50대 교사는 보충수업 시간에 여고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직위해제 됐다.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는 임용되기 전에 저지른 성범죄가 밝혀져 법정구속 됐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때문에 이런 교사들을 보고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성이나 자질보다 성적에만 함몰돼 학생들에게 기능적·기술적·방법론적인 주입식 교육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12345679×8의 답은 무엇일까?

금새 답변하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을 보면서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를 절감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생각해본다. 우리 실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거듭제곱근, 미분, 적분, 삼각함수를 푸느라 정작 의외의 답을 모르는 우리 공교육의 지향점은 어디란 말인가.

이제라도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다양한 사기 진작책과 교권 보호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우리 아이들이 성적지상주의와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정책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5월을 우울한 계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12345679×8=98765432.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