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혼비백산(魂飛魄散).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일컫는다. "경찰이 창고를 급습하자 도박을 벌이던 주부들이 혼비백산 달아났다."

"자식을 잃은 그는 혼백이 나간 듯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글자대로 라면 '혼이 하늘로 날아가고 백이 땅으로 흩어지다'는 뜻이다.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는 '魂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성되고, 사후에도 존재하는가.

사람 몸 안에 있으면서 그것을 거느리고 목숨을 붙어 있게 하며, 죽어도 영원히 남아 있다는 비물질적이고 초자연적인 기(氣)를 혼백이라 한다. 이를 보통 '넋'이라고도 한다. 살아 있을 동안 이 넋은 음양(陰陽)으로 뭉쳐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면 혼백에 변화가 온다. '魂'은 구름(陽氣)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魄'은 달빛(음기(陰氣))를 받고 땅속으로(매장 후 뼛속으로) 흩어진다고 한다.

'혼'은 모체와 아이를 연결하는 탯줄이 끊어질 때 아이 몸으로 들어오고, '백'은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생긴다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곧바로 영원히 육신을 떠나기 때문에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백'은 뼛속에 남아 후손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후손들이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명당을 찾아 장례를 치른 뒤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뼈도 100여년이 지나면 없어지고 그 속에 있던 '백'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제사를 4대조(高祖)까지만 봉사한다. '백'이 사라졌으니 더 이상 조상의 음덕(蔭德)을 기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산소를 방치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그 이상(5대조부터)은 시제(時祭)로 넘어간다. 혼비백산.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살아있는데도 혼백이 이유 없이 사라졌으니 그 목숨은 어떠한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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