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
[반려동물 이야기]

최근 눈에 띈 서적이 있다. '고마워, 치로리' 라는 제목의 책으로 일본에서 동물매개치료사로 활동했던 치로리라는 개에 관한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비오는 어느 날 새끼 다섯 마리와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어미 개 치로리는 동네 아이들에 의해 구조되고, 요양원에서 지내다 신고를 당해 유기견센터로 옮겨져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있다가 당일 극적으로 구조된다.

새끼 다섯마리는 입양을 가고 치로리는 오키 도오루라는 사람에 의해 입양돼 치료견 양성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에 도전해 4개월이라는 최단기간 기록을 세우며 치료견 훈련을 통과한 후 최초의 ‘잡종개’ 치료견으로 13년동안 활동하면서 전신마비, 치매를 앓는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환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했던 이야기다.

치로리의 사진을 보면 한쪽 귀가 구부러지고, 학대의 상처로 다리에 장애마저 생긴, 우리도 동네를 지나다 한번쯤을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한 투박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치로리가 만들어 낸 일화를 보면 은둔형 외톨이에게 새 인생을 선사하고, 전신마비의 할머니의 손을 움직이게 만들고, 또 말 못하는 할머니의 말문을 틔워 주며, 걷지 않던 할아버지에게는 스스로 걷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어느 언어로도 하지 못할 일을 치로리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도 사람을 그렇게나 따르고 좋아했던 그 마음 하나로 해낸 것이다. 치로리가 죽은 이후 열린 추모식에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매개에 대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에서 동물매개활동 운영단체를 모집했고, 시민 동물매개자원활동가로 선정된 100개 팀에 대해서는 45시간 교육 이수 후 지원이 필요한 시민을 대상으로 활동을 수행하기로 하는 등 조금씩 동물친화 의식 개선활동들이 추진되고 있다.

동물매개치료는 사실 어제 오늘 사이에 새롭게 떠오른 것이 아니다. 이미 정신분석학 분야에서도 저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박사가 그의 애견 차우차우종 '조피'와 함께 심리상담을 실시하면서 상당에서 보조치료사로서의 역할을 했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프로이트 박사는 치료 세션 진행 시 조피가 가만히 근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상담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을 알게 됐고, 조피가 치료실 내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환자들의 마음을 쉽게 열어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확인하고 상담의 한 분야로서 '동물매개치료'를 병합해 즐겨 수행했다고 한다.

또한 간호영역에서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 또한 동물매개치료 효과에 대해 발견하고, 환자들의 치료 촉진을 위해 동물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18세기말경부터 장애인을 위해 동물을 받아들여 무능력한 장애인을 위한 필수 치료 요건이 된 이후 1940년대 파월링 뉴욕병원, 미국적십자, 육군 등에서 회복하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됐으며, 1969년 보비스 레빈슨에 의해 ‘동물에서 오는 아이들의 정신 치료’라는 책의 줄간 이후 확산됐다.

국내에도 삼성의 안내견학교 설립(1994) 및 2002년의 치료도우미견센터 발족이나 2014년 원광대 동물매개치료학과 신설 등은 국내의 동물매개치료 활동 확산에 좋은 계기가 됐다.

동물이 돕는 치료는 정신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데 언어장애, 자폐증, 과도로 강압적인 환자들이나, 자존심이 결핍되거나 독립의지가 부족한 사람, 나아가서는 사별한 사람의 치료에도 쓰일 수 있고, 자기 중심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들에서도 치료의 한 분야로 활용돼 왔다.

이렇게 넓은 영역에서 사람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동물친구들과 이제 조금씩 확산돼 가는 국내 동물매개치료의 앞으로 활약상이 매우 기대되며 응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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