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독성학 권위자로부터 경고받고도 안전문제 소홀히해

▲ 대답 없는 신현우 전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가 27일 새벽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끝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신 전 대표는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 대답 없는 신현우 전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가 27일 새벽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끝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신 전 대표는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 PHMG 성분이 들어간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 PHMG 성분이 들어간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옥시 이외의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제조사도 옥시와 마찬가지로 제품 출시전 원료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흡입독성검사를 하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8일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세퓨 원료물질인 PGH 수입·공급업자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인 옥시 외에 다른 살균제 제품 제조·판매 책임자를 입건한 것은 처음이다. PGH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GM)과 함께 폐손상 사망을 초래한 독성 물질로 꼽힌다. 국내 수입된 PGH의 원제조사는 덴마크의 케톡스사인데 정작 자국에선 PGH를 농업용 화학물질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한 영세기업이던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09년부터 인터넷 마켓을 통해 세퓨를판매했고 폐손상 논란이 불거진 2011년 판매 중단과 함께 폐업했다. 세퓨는 3년간 27명의 피해자를 냈고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다.

검찰은 오 전 대표가 옥시와 마찬가지로 제품 출시 전 PGH의 흡입독성검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추궁했다. 오 전 대표는 "제품의 유해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은 오 전 대표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세퓨 피해자들은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오 전 대표가 고의 폐업하고 잠적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직전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검사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고도 이를 소홀히 한 정황도 나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옥시는 2000년 PHMG 인산염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하는 과정에서 독성학 분야 해외 저명학자에게 PHMG의 흡입독성검사가 필요한지 문의했다.

이 전문가는 이에 "PHMG가 비산돼 호흡기로 들어가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된 사실이 없는 만큼 흡입독성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당시 이러한 내용의 서신을 접수한 인물이 옥시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최모씨다. PHMG 흡입독성검사의 필요성을 처음 인지한 셈이다. 그는 이 서신 내용을 첨부해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옥시는 PHMG가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고 안전성 검사와 관련한 별도 규정도 없다며 2001년 제품 판매를 강행했다. 3억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제품 안전에 대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를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보고 있다.

옥시는 1995년 말 독일에서 가습기 세정제 원료로 쓰이던 화학물질인 '프리벤톨 R80'을 수입해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때 흡입독성검사가 필요하다는 현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관련 검사를 거쳐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런 전례가 있는데도 왜 PHMG에 대해선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했는지 따져보고 있다.

특히 당시 옥시의 대표이사이자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신현우(68)씨가 흡입독성검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29일 옥시의 광고담당 직원 이모씨와 연구소 직원 김모씨 등 2명을 불러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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