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는 제 첫 단독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어깨에 무게감이 이전과는 달라요. 많은 분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다음 달 4일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32)을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탐정 홍길동'은 한국형 다크 히어로 무비를 표방하며 이제껏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감각적인 비주얼과 만화적인 세계관이 매력적인 영화다.

미국의 전통적인 필름누아르 장르와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한국의 1980년대에 맞게 가공하면서 영화는 흡사 할리우드 영화 '씬 시티'를 연상시킨다.

전날 관객 72만 명을 불러모으며 개봉 첫날 흥행 신기록을 세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탐정 홍길동'은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훈은 "색깔과 개성, 독창성에서 분명히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탐정 홍길동'은 2014년 7월 군 복무를 마친 이제훈의 충무로 복귀작이자, 첫 단독 주연작이기도 하다.

"8∼9할은 조성희 감독님의 연출작이었기에 선택했죠. '늑대 소년'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지셨지만, 저는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보면서 한국영화에 이런 세계관을 가진 감독님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거든요. '탐정 홍길동'은 그런 연장선에서 나온 상업 오락영화에요."

그가 이번 영화에서 연기한 '홍길동'은 선과 악이 공존하며, 히어로지만 완벽하지 않은 양면적인 캐릭터다. 트렌치코트와 중절모 차림에 악당을 잔인하고 가차없이 처단하는 냉혈한의 모습도 있다.

이제훈은 "워낙 독특하고 독창적인 캐릭터라 레퍼런스(참고)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면서 "상상력과 감독님과의 대화가 전부인, 매우 도전적인 캐릭터였다"고 전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제훈은 이번 영화의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게 캐릭터의 가장 적절한 선과 색깔을 찾아냈다.

"작품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가 이야기 속에서 진실하고,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해요.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살아 숨을 쉴 수 있는 주된 포인트는 진실성인 것 같아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웃음)"

이번 작품이 여느 때보다 그에게 특별한 만큼 대중과의 소통 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저는 그간 대중과 소통하는 데 소극적이었어요. 영화에서 극 중 캐릭터로만 존재하고 싶었거든요. 영화의 캐릭터가 아닌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자꾸 보이면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데 방해가 되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요즘은 작품은 작품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존중해주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요. 그래서 제가 적극적으로 대중에 다가가 편해지자고 결심했죠."

그는 '탐정 홍길동'이 한국형 다크 히어로물 시리즈로 발돋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영화가 이렇게 끝나는 것은 너무 아쉬워요.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아 후속편이 나올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관객 500만 명을 넘기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서른두 살, 연애도 결혼도 생각할 나이다. 그는 6년째 애인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정말 열려 있어요. 좋은 사람 만나면 바로 결혼할 수도 있거든요. 관심사항이 비슷하고, 편안하고,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제훈은 요즘 30대 배우 가운데 최고의 대세라는 말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훨씬 더 노력해야죠. 대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제가 출연한 작품을 내놨을 때 관객의 신뢰를 받고, 이야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제게는 더 중요해요."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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