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기성관’ 수년째 방치
곳곳 먼지·비품들 자리 차지
지자체·주민센터 책임 회피
재이전 요구도 지속 제기돼

▲ 대전시 문화재자료인 대전 기성관의 내부가 인근 주민센터의 비품들로 채워져 있다. 홍서윤 기자
▲ 기성관의 전면보수 시 발견된 망와가 뽀얗게 쌓인 먼지로 외관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홍서윤 기자
대전지역의 소중한 문화재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주민센터 창고로 전락하고 있다.

대전 기성관(杞城館)은 조선시대 진잠현의 관리들이 업무를 처리하던 건물로, 지난 1992년 7월 대전시문화재자료 제29호로 지정됐다.

기성관은 처음에 교촌동에 있었으나 1934년경 현 유성구 원내동 진잠동주민센터 옆으로 자리로 옮겨 다시 지은 건물이다. 지역에서 조선시대 관아 건축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지만, 현재는 애물단지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다.

먼저 문화재는 시민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 홍보돼야 하지만 기성관의 빗장은 늘 닫혀있어 접근부터가 어렵다. 관리를 맡고 있는 진잠동주민센터에 얘기하면 잠금장치가 해제되기는 하지만, 평소 기성관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제대로 기성관을 돌봐주는 이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수년째 청소가 제대로 안된 탓에 내부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고 몇년전부터는 주민센터 비품들이 하나 둘 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그릇 등이 담긴 박스부터 쌀 포대, 쓰다 버린 꽃바구니까지 질서 없이 나열돼 있어 주민센터 창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기성관은 이미 한 차례 이전·복원되면서 원형의 훼손이 불가피했는데, 현재 옮겨온 자리마저도 또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근 주민센터 신축이 불가피해 문화재보호법상 기성관을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에는 기성관 이전이 지역구 후보의 총선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재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지자체와 주민센터 측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주민센터 측은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에 활용을 허가받았다”는 주장이고 시는 “시 소유이기는 하나 일차적으로 주민센터에 관리를 위임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관리와 책임은 주민센터에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센터에 행정조치를 하고 추후 문화재돌봄사업단을 파견해 환경을 정리하겠다는 설명이다.

지역문화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더 관심을 갖고 보존하지 않으면 문화재들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거나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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