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진은 탈북민인 관계로 게재 안함

벌써 4월 중순이다. 며칠사이 하늘과 땅이 녹색으로 변해간다.

하늘과 땅이 마치나 경쟁하듯 앞 다투어 다채로운 색과 맵시를 뽐내며 사방 천지에 녹색으로 갖가지 수를 놓는다. 어찌 보면 동화속에 내가 있는 것 같은 상상도 하게 돼 묘한 신비감도 느껴본다. 세월이 참 빠르다. 팔자에도 없는 농사를 한국까지 와서 하게 됐네, 투덜대며 한숨 쉬던 때가 엊그제 인데 벌써 옥천에 온지 3년이 지났다. 이제 농사꾼이 다 된 듯 싶다. 옥천에 정착해 살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이글을 적는다.

필자는 한국에 입국 후, 대전시에서 거주하다, 3년전부터 옥천 시골마을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이다. 농촌에서 생활하며 남편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집 주변 텃밭을 일구어 농사를 시작했으나 여자로서 매달 생계를 꾸려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농촌은 봄과 여름에 씨앗, 모종을 심어 가을에 추수해 시장에 내다팔아야 생활비를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농촌에서 생활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평소 남편은 농사를 짓고, 나는 농사를 지으며 남는 시간에 주거지에서 약 30분 거리인 동이면 적하리 농공단지 업체 등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했으나, 단기채용으로 계속해 일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옥천경찰서 신변보호관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좋은 소식을 듣게 됐다.

옥천경찰서에서 옥천에 전입한 탈북민들이 안정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옥천지역 거주 이탈주민 70%와 군의원, 옥천군 담당부서 등을 접촉 및 설득하는 등 조례안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3년 12월 조례안이 입법예고되고, 조례안 제 4조2항에 영농정착을 위한 사업이 포함됐다는 얘기다.

옥천지역에서는 이미 탈북민 3가구가 깻잎 시설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이직 걱정을 하는 것 보다, 넉넉하진 않지만 깻잎 시설하우스를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해 600평 규모로 깻잎 시설하우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땅 임대료, 관정, 시설하우스 공사비 등 많은 돈이 필요했다. 남편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반대를 했으나, 신변보호관의 설득과 도움으로 북한이탈주민 지원조례안 제정 후, 옥천군의 보조사업 첫 수혜자가 되어 군에서 50%라는 적지 않은 부분을 보조사업으로 지원받고 있다.

필자가 임대한 땅에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빠르면 여름부터 깻잎을 심어 초가을에는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신변보호관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은 두릅을 따 얼마 되지는 않지만 조그만 박스에 담아 전달하려고 했으나, 신변보호관은 받지 않으려고 사양했다. 금전도 아니고 직접 농사를 지은 농작물이니 작은 성의로 받아달라고 하니, 어렵게 두릅을 받아 주셨다.

옥천경찰서 신변보호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또다시 직장을 구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등 정착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신변호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약소하지만 두릅은 꼭 드세요"라고 전하고 싶다.

우리 탈북민들은 낮선 사회, 문화 속에서 주위의 편견과 차별 등으로 원만히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탈북민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힘써주시길 당부드린다.

김세라<탈북민>

*사진은 탈북민인 관계로 게재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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