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생활수준과 국민들의 감각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향수에 관해서는 여전히 초기단계, 초보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그늘이 끝 간 데 없는 마당에 무슨 향수타령이냐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정신과 감각을 일깨우면서 자기관리 차원에서 삶의 역동성을 높이고 활력을 충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구나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센스와 관심으로 나의 개성을 연출한다면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향수는 국제무대에서 이미 보편화된 자기표현 수단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치스럽거나 어색하다는 고정관념아래 일부계층에서만 통용되는 허례허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정성들인 화장과 옷매무새를 완성시켜주는 촉매제로서의 향수는 화룡점정 기능을 수행한다.

향의 역사는 인류사만큼이나 오래되었는데 초기 향은 훈향으로 종교의식에 사용되다가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 로마 등지로 퍼지면서 귀족들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19세기 중엽 산업혁명으로 합성원료가 등장하면서 대중화되었는데 자신의 외모와 취향, 나타내고 싶은 분위기에 따라 향수를 선택해야 함에도 대부분 유명 브랜드 제품 중심의 묻지마식 선호가 향수보급,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20세기 들어 향수는 사회분위기와 경기부침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는데 1990년대 이후 시프르 향을 중심으로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유니섹스모드향을 대세로 전문화, 개성화하면서 향수 유행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체험과 시도를 거쳐 자신만의 향을 골라 애용향수를 하나쯤 가져보는 것도 팍팍한 삶에 생기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최근 영국인 부부가 해변산책 중 주운 싯가 8000만원 짜리 용연향(龍涎香) 덩어리가<사진> 화제에 올랐다. 향유고래의 토사물로 달콤한 사향냄새를 풍긴다는데 향과 향수세계의 다양함과 미묘함을 새삼 느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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