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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Don't buy, Adopt!)’의 다른 외침

서경원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
[반려동물 이야기]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6년 04월 26일 화요일 제20면     승인시간 : 2016년 04월 25일 20시 15분
수의사는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는 것이 주 업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분 좋은 진료 중에 하나는 건강검진이다. 그 중에서도 유기된 동물을 입양해서 건강검진을 받으시러 오는 분들에게는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동물 자유연대에서 몇 년 전부터 유기동물을 분양을 권장하기 위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문구다. 이 슬로건을 볼 때마다 동물 보호소에 한번이라도 방문을 해 본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눈빛들이 있을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가족이었다가, 잃어버렸든 고의로 버렸든 제각기 아픈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버려지고(유기), 구조돼 동물보호소에 맡겨졌더라도 일정 시일이 지나면 무참하게 안락사를 당해야 하는 불쌍한 생명이 되고 만다.

이러한 동물들이 1년에 10만여 마리에 달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 잘못 만나서 고생하는 것은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 하겠지만 반려인을 잘못 만나서 버려지고 죽임을 당해야 하는 운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벌이는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경매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수많은 강아지들은 '번식장'이라는 좁은 공간의 케이지에 갇혀서 끝없이 새끼만을 낳아야 하는 개나 고양이에게서 얻어진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언론을 통해 본적이 있다.

게다가 아프거나 늙어서 더 이상 번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도살, 판매되어 식용으로 거래된다는 이야기는 사람이 가장 잔인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내가 전에 근무했던 병원에서 아이리쉬 세터 한 마리가 모견으로 쓰여지다가 자궁축농증과 이로 인한 패혈증까지 진행돼서 동료 수의사가 며칠 밤을 새우는 노력 끝에 호전됐고, 수술까지 받은 후에 아주 건강해졌지만 결국엔 보호자와 연락이 두절돼 병원에서 매우 난감해 한 적이 있다. 결국 이 친구는 좋은 곳으로 새 입양처를 얻어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었지만 말이다.

농림축산 검역본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 재입양률이 조금씩이나마 늘어가고 있다. 2011년 26.1%의 재입양률에서 2014년에는 31.4%까지 증가했으니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도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다. 유기동물의 입양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선진국들에서는 개,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및 예방접종 지원으로부터,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있는 경우 치료비 부담에 이르기까지 지원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며, 이런 지원경비가 국가뿐 아니라 기부금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니 전염병을 걸러내기 위한 격리 시설조차도 미비한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사뭇 달라 보인다.

비단 시스템만은 아니다. 어떤 분들은 약간의 입양비를 내고서라도 유기돼 버려진 생명을 하나라도 구하고 싶다는 진지한 마음으로 입양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강아지 한 번 키워보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는데 돈을 들이지 않고 입양할 수 있는 곳이기에 한 번 시험 삼아 입양을 해 키워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도로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이라는 그릇된 마음가짐으로 방문하는 분들과의 의식 차이는 같은 행위여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런 저런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성견이 된 동물들과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일은 갓 태어난 어린 강아지와 한 가족이 되는 일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뒤따른다.

동물병원에 있다 보면 보호소가 아니어도 버려지거나 사정상 키울 수 없는 반려동물들을 일차적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에는 한 살 때 이미 새끼를 낳은 상태로 나에게 오게 되어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반려견 초이, 아무데나 오줌 싸고 잦은 탈출의 문제를 안고 두 번이나 버림받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왔다가 2년 전 췌장염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 하늘이, 한 살 때 만나서 열여덟 살까지 장수했던 발바리 얄리까지 그들과 내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기까지는 참으로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하늘이의 경우에는 정한 장소에 대소변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무려 3년의 세월이 걸렸으니 지금 돌이켜 봐도 내가 한 일이었음에도 보통 정성이 아닌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인 분위기 혹은 문화적인 인식이나 제도적으로 또한 현실적으로도 구입하는 것보다 입양하는 것이 조금은 더 어려운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생명사랑의 실천이라는 큰 뜻에서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면 평생을 나만 바라보며 나만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을 주고받는 행운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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