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사업 마친 대전 대동천
주민들 모여들며 ‘작은 명소’
산책길 사이사이 옛정취 가득
마을 담벼락 벽화도 보는재미

바야흐로 봄이다.

날이 풀리니 춘심(春心)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고, 싱숭생숭한 기운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럴 땐 심신에 안정을 주는 산책이 필요하다.

산책도 번잡스러운 도시를 걷는 것이 아닌 물과 나무, 꽃과 동물이 있는 곳으로 해야 들끓는 춘심을 다스릴 수 있다. 대동천 천변길이 춘심을 다스리고 봄의 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제격이겠다.

대동천은 식장산 기슭에서 출발해 판암과 신흥, 대동을 지나 삼성동과 중앙동 소제동을 거쳐 대전천으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예전에는 시민들이 버린 하수로 악취가 심해 천변길은 주차장으로밖에 쓰이지 못했으나 최근 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물이 맑아져 악취가 사라졌고 산책로, 꽃길도 조성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대전역 동편에 위치한 중앙동과 소제동 사이의 천변길은 도심과 가까워 점심시간 짬을 내서 쉽게 갈 수 있다.

지난해 중앙동 동사무소 앞 천변길에 심은 황매화와 꽃 잔디가 만개하자 이를 구경하러 인근의 직장인들이 몰려들어 작은 명소가 됐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하며 꽃을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남비추 여희춘(男悲秋 女喜春)'이 따로 없다.

점심 무렵에 이르자 부부가 갓난아이를 데리고 길가를 산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인정이 답답한 어르신들은 천변에 마련된 나무의자에 앉아 볕쬐기 삼매경에 빠졌다. 뛰고 걷고 쉬고 사람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대동천은 이들 모두를 받아주고 있다.

대동천 천변길을 느긋하게 걷다 보면 길 사이사이에 뜻하지 않은 소소한 즐길 거리가 등장한다. 철갑교 초입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소제동 정면에 보이는 보문산의 형상이 음흉하다고 흉한 것을 없애고 질병과 재앙을 막기 위해 세운 돌장승이 눈에 띈다.

허리 높이보다 낮은 나지막한 높이의 남장승과 여장승이 나무아래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장승에서 눈을 돌려 천변 윗길을 거닐다 보면 70~80년대의 모습이 눈에 펼쳐진다.

삐뚤빼뚤 어느 집은 허리춤에 어느 집은 키보다 높게 집집마다 가지각색 높이로 쌓은 담벼락이 정겹다. 옛 정취를 감도는 천변 마을은 깨 벗고 놀던 어린 시절 물을 받아 수영장처럼 쓰던 빨간색 '고무다라이(대야)'가 아직 곳곳에 있고, 지금은 찾기 어려운 무당집 깃발도 종종 보인다.

최근에는 골목을 감싸는 회색 담벼락에 꽃과 나무, 봄 처녀를 벽화로 아로새겨 봄의 정취를 한층 더 북돋워 주고 있다. 천변이 깨끗해지니 새들도 봄을 보내려 대동천으로 날아든다. 터줏대감인 까치와 참새는 물론이거니와 박새도 날아들어 물질에 한창이었다. 탁 트인 하늘 아래 강물과 나무, 하늘을 한창 보고 오니 마음에 봄이 피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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