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선진도시 가보니]
독일 드레스덴·베를린
트램 노선 시내 중심권 운행
안전·친환경성 시민들 호응
도심내 교통정체 유발 안해
“노선 꾸준히 늘려갈 계획”
프랑스 리옹·그르노블
지역 특산물 형상화한 디자인
도시브랜드·관광가치 높여
트램 길 주변 상권도 활성화

▲ 프랑스 리옹의 누에 형상의 트램이 푸른 잔디가 깔린 철로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영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부단장 제공
권선택 대전시장은 민선5기 출범과 동시에 도시철도 2호선 기종을 트램으로 수정했다. 당시 대부분 시민은 도로를 차지하는 트램이 교통정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다. 하지만 권 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에게 편리하고 원도심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미래 교통수단으로 트램이 가장 적합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굳은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트램 선진국인 유럽 도시들을 직접 방문해 봤다. 짧은 일정이지만 트램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다양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교통수단이나 장·단점은 있겠지만 트램은 내가 알던 기차의 개념은 아니었다. 오히려 철길을 달리는 저상버스에 가까웠다. 그만큼 깨끗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무엇보다 트램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밝은 얼굴이 인상 깊었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우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고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기자의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하기란 매우 어렵겠지만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유럽의 트램을 도시별 특성에 따라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드레스덴


독일 드레스덴은 인구 54만명의 전체 63%가 녹지로 구성된 친환경도시다. 드레스덴 교통현황을 살펴보면 시민 자가용 이용률이 38%로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시민은 보행(24%)을 하거나 대중교통(21%), 자전거(21%)를 활용해 목적지로 이동한다.

대중교통 수단은 트램과 버스로 나뉘는데 시내 중심을 비롯해 대부분 이동은 트램이 맡는다. 버스는 주로 외곽 노선만 운행하며 트램의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트램 전체 노선은 13개(134㎞)로 도심지는 물론 주택단지 등 곳곳을 누비고 있다. 특히 바로크 양식의 츠빙거궁전을 비롯해 미술관 등 유명한 건축물과 회화 등 많은 문화재가 몰려있는 구시가로 들어선 트램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도시경관을 연출했다. 트램을 노란색으로 선택한 이유도 도시 융화를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었다. 트램 정류장은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부 저상홈으로 개량 운영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유모차를 끌고 있는 부모 등 누구나 쉽게 트램에 올라타고 내리는 모습에 그 첫 번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독일 베를린


통일독일의 수도이자 인구만 356만명에 달하는 베를린은 대도시 내에서의 트램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줬다. 베를린은 대도시인 만큼 트램(22개 노선)을 비롯해 지하철(10개 노선), 전철 개념의 S-bahn(15개 노선), 버스(147개 노선) 등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을 운영 중이다. 이중 트램 노선은 대부분 도심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전체 192㎞, 398개의 정거장이 있다. 트램 운영사를 방문해 관계자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트램에 대한 시민의 반감 여부였다. 자동차가 많은 베를린 특성상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트램이 운전자의 입장에서 매우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트램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그는 트램이 낮은 건설비용 등 예산 부담이 덜하다는 이점은 물론, 정시성과 안전성이 우수하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대도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정책이든 찬·반은 나뉠 수 있지만 직접 이용하는 시민의 호응도가 높기 때문에 꾸준히 노선을 늘려갈 계획도 밝혔다. 분명 베를린의 트램은 대도시의 바쁜 일상을 반영하듯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차량과 얽혀 우려된 복잡함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공존의 가능성을 가늠케 했다.

◆프랑스 리옹

리옹은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전통적인 상업도시로 교외에 여러 개의 위성도시를 거느리고 있다. 인구는 대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중교통은 메트로(4개 노선), 푸니큘라(산악기차, 2개 노선), 트램(4개노선), 트롤리버스(7개 노선)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리옹의 트램은 겉모습부터 하얗고 귀여운 누에의 형상을 띠고 있다. 누에는 이 지역의 특산물이다. 리옹의 트램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브랜드와 관광의 기능을 함께 생각하게 됐다. 트램 디자인 자체가 시민이나 관광객으로 하여금 이용욕구를 자극하고, 그 편리함과 쾌적함에 재차 놀라웠다. 특히 도심을 약간 벗어나 푸른 잔디밭을 달리는 리옹의 트램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리옹의 트램은 좁은 골목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도심 구석구석을 누비는 트램 길 주변으로는 상권이 발달돼 있었다. 복잡함 속에는 질서정연함이 함께 있었고, 트램과 도로 위 차량 간 이격도 느끼지 못했다. 배차간격도 매우 짧아 눈앞에서 차량을 놓쳤다 하더라도 아쉬워 할 이유가 없었고, 그만큼 이용자에게 여유를 선사했다. 리옹의 트램은 미(美)와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다양한 활용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

리옹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 떨어져 있는 그르노블은 인구 15만명 규모의 작고 오래된 도시다. 대중교통 수단은 트램(5개 노선)과 버스로 이뤄져 있다. 시민 대부분은 버스보다 편리한 트램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연간 8500만명의 교통이용자 중 60% 이상을 트램이 차지하고 있다.

그르노블 트램은 차체 디자인 면에서는 투박하다는 느낌을 줬지만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노선에서는 가장 강한 인상을 줬다. 특히 도심 내 가장 혼잡한 백화점과 상점 간 불과 몇 미터 사이를 가로지르는 트램은 굉장히 낯설고도 충격적이었다. 트램이 도로가 아닌 인도까지 매우 가깝게 접근한 느낌과 도로 위 차량이 아닌 사람과의 조화를 처음 접하게 됐다. 넓은 도로를 달리는 트램 보다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트램이 더욱 접근성이나 활용성에서 뛰어나 보였다. 게다가 그르노블은 도로 위 차량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가장 돋보였다. 트램 전용선 외에 양쪽 인도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3배 정도 넓어 보였는데 도로를 줄여 차량통행을 최소화 하겠다는 정책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르노블의 트램은 시민 생활은 물론 도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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