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골목상권 상징들’
1990년대 상징들 ‘역사속으로’, 불경기·경쟁 밀려 줄줄이 폐업
남는것 없는 장사에 한계 느껴, 주인 가게 팔고 동네 떠나기도
18일 기자가 직접 만나 본 슈퍼마켓과 오락실 업주들은 매상 추락으로 가게 문을 닫기 위한 준비를 하거나, 앞날을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할 수 없이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대전 서구의 한 골목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도 씨 할아버지(78)는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700원 아이스크림, 3개 1000원’이라고 써진 종이가 나붙은 슈퍼 안에서 할아버지는 “더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997년 점포를 인수한 후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가게를 운영해왔지만, 근래 몇 년 사이 심한 불경기로 말 그대로 ‘남는 것 없는 장사’를 이어게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었다.
“많이 나올 때는 하루에 올린 매상이 100만원인 날도 있었지만, 요 몇년 사이에는 장사가 잘 돼 봤자 30만원도 안 나와요.” 1300원인 소주 1병을 팔면 190원, 담배 1갑(4500원)은 430원이 할아버지의 몫으로 남겨진단다. 마진율이 1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온종일 가게를 지키고 있어봤자 3~4만원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30평(10㎡) 남짓되는 크지 않은 가게지이만 아끼고 아껴도 다달이 전기세가 40만원에 육박한다.
나이가 적지않아 하루 종일 장사가 쉽지 않지만 종업원을 사서 쓴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는 “이미 가게는 팔렸고, 20일 동네도 뜰 계획”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대전 내 한 대학교 앞에서 동네 오락실을 운영하는 조모(58) 씨는 어쩔 수 없이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에 속한다.
“장사를 접어도 막상 할 게 없어서 하는 거지, 운영비 대는 것도 빠듯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90년대 말 IMF 시기부터 곳곳에 생긴 ‘PC방’에 손님을 뺏기기 시작했고, 가정용 게임기 보급도 늘어난 게 원인이었다. 10여년 전에는 오락실 내 인기 있는 게임은 줄을 서야 즐길 수 있었지만 어느새 옛날 얘기가 됐다. 오락실 내 빈 자리를 바라보며 조 씨는 “불과 7~8년 전만 해도 이 곳 근처에만 4곳의 오락실이 있었는데 어느새 이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