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권후보 부재 고민…김종인·안철수, 野 잠룡 입지 굳혀

새누리당의 참패와 더불어민주당의 선전, 국민의당 돌풍으로 귀결된 제20대 총선 결과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여야 잠룡들의 희비를 갈랐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의 대권 주자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된 반면, 선거를 승리로 이끌거나 여야 격전에서 생환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주자들은 여세를 몰아 너도나도 '용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여권 = 유력한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던 여권 정치인들은 4·13 총선에서 무더기로 고배를 마시거나 정치적 내상을 입으면서 향후 대권 가도가 매우 불투명해졌다.

특히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무릎을 꿇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대구 수성갑의 '수성'에 실패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이들이 각각 패배한 상대가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꼽히는 정세균 의원, 김부겸 전 의원이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자신의 패배를 발판 삼아 야권 대선 주자들의 위상만 높여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무성 대표가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지만, 당 대표로서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 휘말릴 게 불 보듯 뻔하다. 김 대표는 '상처뿐인 승리'를 안은 채 14일 "나는 선거 참패 모든 책임지고 오늘부터 당대표직 물러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4선에 성공, 훗날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함께 탈당을 감행했던 조해진·류성걸·권은희 후보가 모두 낙선한 가운데 유 의원 자신의 복당마저 장담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라는 게 한계다.

결과적으로 여권의 대권 주자 진영은 '멀쩡한 선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가운데 한동안 당이 총선 패배의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이면서 새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구원투수'로 거론한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권과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지만, 김 대표를 비롯한 여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 투표로 입증된 상황에서 반 총장이 선뜻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정몽준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현재까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있던 인사들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 전 대표 측근인 안효대·이사철 후보, 남 지사 측근인 박수영 후보, 원 지사 측근인 이기재 후보가 각각 여의도 입성에 실패하면서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민주 =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상태에서 호남 완패라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장 호남 참패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문 전 대표 측은 더민주가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한 데는 문 전 대표의 역할이 있고, 대선 지지율 1위 후보가 정계를 은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문 전 대표의 최종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

그는 이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며 선거에 대한 평가는 당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번 총선을 예상 밖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행보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샌더스'를 자처한 김 대표는 "더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채 107석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비례대표 의원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측근들이 총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박 시장 측에서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미혁 당 뉴파티위원장 등 2명이 금배지를 얻었다. 당초 10여명이 '박원순 키드'를 자처하며 총선에 도전했음을 감안하면 최소한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안 지사 측에서는 충청권에 출마한 박수현 의원과 나소열 후보가 고배를 마신 반면 김종민·조승래 후보가 승리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더민주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탄생한 정통 야당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뛰어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 잠룡인 김 전 지사를 꺾고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측면 지원한 손학규계 의원들이 줄줄이 당선되면서 현실정치 재개에 대비한 세력을 확보했다. 손 전 고문이 측근들의 선거전을 챙기는 모습을 놓고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정세균 의원도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군인 오 전 시장을 물리치고 6선 고지에 오름에 따라 다시 한 번 잠룡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 국민의당 광주 서구을 천정배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당 = 안철수 공동대표는 본인의 승리는 물론 제3당의 원내 교섭단체로서 확고한 위상을 굳힐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대선 주자 중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분류된다.

특히 국민의당은 야권 지지층의 핵심인 호남에서 절대 우위 의석을 차지하며 호남의 민심을 확실히 등에 업음으로써 안 대표의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날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더민주 양향자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림에 따라 '뉴 DJ론'을 설파하며 정치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천정배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도 많다. 더 큰 힘을 주면 더 큰 성과를 내겠다"며 대선 레이스에 나설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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